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 신드롬이 이어지자 서울시가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장직에 복귀한 뒤 공들여온 ‘책 읽는 서울’ 정책이 이번 열풍에 힘 입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면서다. 시는 국내·외적으로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야외도서관에 한 작가의 대표 작품을 비치하고, 서울시청 앞 서울도서관 외벽 꿈새김판에 “책 읽는 시민이 많아졌으면 한다”는 내용의 문구를 게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지난 10일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알려진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단지 한 명의 작가가 쌓아 올린 성취를 넘어, 한국 문학과 문화가 세계의 중심에서 빛을 발하게 된 사건”이라고 축하의 뜻을 전했다. 그는 “이 수상은 우리 문화가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가는 신호탄이다. 더 이상 우리 문학이 변방의 목소리가 아닌, 세계 문학의 중심에서 당당히 자신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한국 문학의 힘이 단지 언어의 장벽을 넘는 것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한 감동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증거”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그러면서 “서울시는 예술과 문학이 더욱 풍요롭게 뿌리를 내리고, 그 뿌리에서 자라난 이야기들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틀 뒤인 12일 시는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청계천 등 야외도서관 3곳에 한 작가의 대표 작품과 20개 언어로 된 번역본을 전시했다고 발표했다. 맨부커상 수상작인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검은 사슴’, ‘바람이 분다, 가라’ 등 도서 10종 216권(번역본 포함)을 야외도서관에 비치했다. 외국인 방문객을 위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20개국어 번역본도 준비했다. 한 작가의 작품을 읽고 현장의 부스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한 문장을 남기면 책갈피·연필 등을 선물하는 이벤트도 열었다.
시는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자치구들과 함께 야외도서관을 서울 곳곳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11월 초까지 권역별로 동북권의 성북구, 동남권의 송파구, 서북권의 서대문구, 서남권의 구로구에서 각각 야외도서관을 운영한다. 기존 도심 야외도서관과 마찬가지로 대출·반납절차 없이 현장에서 자유롭게 책을 야외서가에서 뽑아 읽고선 다시 꽂아두면 된다.
앞서 지난 8월엔 서울광장 야외도서관 운영 사례를 마케팅 혁신 사례로 제출한 서울도서관이 국내 도서관 중 유일하게 ‘2024 IFLA 국제 마케팅상(PressReader International Marketing Award 2024)’을 수상하기도 했다. 도서관 부문 최고권위 국제기구인 국제도서관협회연맹이 수여하는 상으로, 서울도서관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수상하는 쾌거를 누렸다. 전 세계 107개 도서관 중 서울도서관은 뉴질랜드 오클랜드 의회도서관에 이은 2위에 올랐다. 3위는 중국 난징 대학도서관이다. 시는 야외도서관 운영 횟수를 지난해 103회에서 올해 196회로 늘렸다. 지난 4월 개장 후 8주만에 100만명이 찾은 밀리언셀러 정책이다.
지난 17일부터는 서울도서관 외벽에 “한강 작가님 덕분에 책 읽는 시민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라고 적힌 꿈새김판이 걸렸다.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표현과 함께 “서울 야외도서관에서 한강 등 많은 작가의 책들을 만나보세요”란 문구도 담겼다. 꿈새김판엔 야외잔디광장에서 시민들이 편한 자세로 책을 읽고 있는 그림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의 종합독서율(일반 도서를 단 한권이라도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이 1994년 실태조사(격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43.0%를 기록하면서 우려 목소리가 나왔는데, 한 작가의 이번 수상을 계기로 전 국민적인 ‘책 읽기 붐’이 일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과 가까운 젊은 세대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책에 대한 호기심이 높아지고, 독서를 ‘힙’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대형서점과 인터넷 서점 등에서 한 작가의 책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고, SNS를 비롯한 온라인 공간 곳곳에선 ‘독서 인증샷’ 등이 잇따른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서울 야외도서관이 이번 기회에 확대·발전하고, 책 읽는 서울로 한걸음 더 나아갔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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