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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경찰청장 탄핵청원, 왜?…“현장 죽이기” vs “국민적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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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0-20 06:58:16 수정 : 2024-10-20 11: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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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차 경찰관인 김건표 경감, 본인 이름 내걸고 탄핵 요청
청원 동의자, 이미 5만명 넘겨…국회 소관 상임위 회부 예정
“경찰청장이 해야 할 수많은 일은 유기하고, 경찰관들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경찰청장의 탄핵을 강력히 요청한다.”

 

이달 16일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 요청 청원의 일부다. 청원인은 27년차 경찰관인 경남 김해중부경찰서 신어지구대 소속 김건표 경감이다. 현직 경찰이 본인 이름을 내걸고 청장 탄핵을 요청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해당 청원은 18일 오후 6시 현재 5만2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지난 11일 조지호 경찰청장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탄핵 요청의 단초가 된 것은 조 청장이 올해 8월 취임 이후 단행한 일련의 조치들이다.

 

경찰청은 지난달 초 일선 경찰서에 ‘지역관서 근무감독·관리체계 개선안’을 하달했다. 긴급신고 처리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순찰차가 2시간 이상 정차할 경우 정차 사유를 입력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개선안은 올해 8월 가출 신고가 접수된 40대 여성이 경남 하동경찰서 진교파출소 순찰차 뒷좌석에서 36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의 후속 조치 성격으로 마련된 것이다. 당시 파출소 근무자들은 여성이 순찰차 안에 있는 36시간 동안 한 차례도 순찰하지 않은 것은 물론 차량 내부도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과도한 감시 체계”, “현장 경찰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중이다. 청원인인 김 경감은 “24시간 숨도 못 쉬도록 순찰을 돌리고 삼중 감시를 하며 폐쇄회로(CC)TV와 위치정보시스템(GPS)을 이용해 사무실과 순찰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징계를 먹이겠다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중심지역관서제 또한 현장 경찰들이 반발하는 원인 중 하나다. 중심지역관서제는 지구대·파출소 등 지역관서 2∼3곳을 묶은 뒤 치안 수요가 많은 대표 격 1곳을 ‘중심관서’로 지정해 운영하는 제도다. 시도경찰청 내에서도 지역 관서 간 112신고 등 업무량의 편차가 크게 나타나는 만큼, 중심지역관서 도입을 통해 범죄 취약지역에 순찰 인력을 보다 집약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경찰청 측 기대다.

 

사진=뉴스1

일부 현장 경찰들은 ‘치안 부재’를 우려하고 있다. 경찰 노동조합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치안상 관할 면적이 넓어져 출동 시간 지연이 불가피하고 굳건하게 유지됐던 민관의 치안공동체 고리의 해체로 도시의 소외된 지역과 농어촌 지역은 치안력 부재가 심화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사자인 조 청장은 문제가 된 해당 정책들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청장은 이달 14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탄핵 요청 청원과 관련해 “논의를 억제하는 기제로 작용할까 싶어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겠지만 분명 잘못된 행동은 맞다”고 강조했다.

 

조 청장은 “순찰차가 2시간 동안 전혀 움직이지 않고 한 장소에 있을 때 ‘그대로 있어야지’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냐”라고 되물으며 “교대 근무를 하는 경찰관들이 근무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 달라는 것이 국민적 요구사항”이라고 반박했다. 중심지역관서제와 관련해서도 “지역 경찰의 핵심적 활동인 순찰 시간이 제도 시행 이후 25%가 늘었으면 성과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청장 탄핵 청원 동의자가 5만명을 넘긴 만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다만 실제로 탄핵소추가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 21대 국회의 경우 국민 5만명의 동의를 얻은 국민동의청원은 194건 있었지만 단 한 건도 채택되지 못했다. 본회의 불부의 32건, 철회 1건 등 33건이 처리됐고 나머지 194건은 폐기됐다.


백준무 기자 jm10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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