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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육 관련 제도 개선과 자율성 [알아야 보이는 법(法)]

입력 : 2024-10-22 10:14:45 수정 : 2024-10-22 10: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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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들이 휴학 신청서를 제출하고 수업을 듣지 않는 상황이 8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몇가지 대책을 발표했으나 위 상황이 의미 있게 달라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한 대학이 의대생들이 제출한 휴학 신청을 승인한 사례에 대해 적법한지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또 교육부는 의대 인증과 관련된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의대 인증 관련 업무가 중단되거나 인정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등에 관한 내용을 포함해 그러한 사항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먼저 휴학을 살펴보면 고등교육법이 2016년 개정되기 이전에는 법에서 휴학에 대한 사항을 직접 규정하지 않았다. 그러다 2015년 국회 의원입법안으로 ‘학교 통칙으로 학년도·교육과정·수업·학점 인정·편입학 등에 관해 규정하고 있고, 병역법에 따른 휴학을 학점 인정의 사유로 정하고 있다. 그 밖의 휴학에 관하여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실제 대학에서는 대부분 1년 이내 범위에서 학칙으로 정해 휴학제도를 운영해 오고 있는 실정’ 등을 이유로 ‘학생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하여 필요하거나 여학생이 임신 또는 출산하게 된 때에는 휴학할 수 있도록 휴학에 관한 규정을 법률에 직접 규정함으로써 학생의 기본권 보호에 기여’하려는 목적에서 발의된 개정안이 입법에 반영돼 2016년 고등교육법 제23조의3과 제23조의4가 신설됐다.

 

그렇게 시행된 고등교육법 제23조의4는 ‘학교의 장은 학생이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휴학을 원하면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휴학하게 할 수 있다. 다만, 제1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휴학하게 한다’고 규정하고 입영, 장기요양, 임신 출산·육아 외 제4호에서 ‘그 밖에 학칙으로 정하는 사유’를 규정했다. 따라서 법에서 규정한 사유 외에는 학칙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휴학사유가 정해진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대학에서는 특정한 사유로 인한 것 외에는 대부분 가사휴학 내지 일반휴학이라는 이름으로 휴학 가능 횟수를 정해 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사휴학이나 일반휴학 내에서 다시 특정한 사유에 대해서만 휴학을 승인하는지는 분명하지 않아 보인다. 예를 들어 어떤 대학의 학칙을 보면 ‘학생이 휴학하고자 할 때는 해당 학기 수업일수 4분의 1 이내에 신청하여 학(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어 가사휴학 내지 일반휴학 사유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하는 것이 없다. 휴학 사유 자체가 규정된 것이 없는 이상 휴학 승인을 하면 이게 휴학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서 위법하다고 할 수 있을지는 고려해봐야 할 부분이 있어 보인다.

 

한편 휴학은 학적 변동의 한 종류로서 일반적으로 대학(원)생은 졸업하거나 수료하기 이전에는 학기별로 등록하거나 휴학하지 않으면 제적되게 되어 있다. 유급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등록금을 납부하고 등록을 하거나 등록을 하지 않아 제적되는 선택지만을 남겨두게 되는 것이 되므로 그러한 결과로 이어지는 유급 불허 결정에 불복한다면 그 판단에 그러한 점이 반영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또한 등록한 상태라 하더라도 헌법상 강제근로가 금지되는 것과 같이 수업을 듣거나 시험을 보는 등의 행위를 본인 의사에 반해 하도록 할 수 있는지, 그렇게 할 수 없다면 휴학 불허가 진급 내지 적절한 의료인력의 배출이라는 목표 달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인지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약대가 4년제에서 6년제로 변경될 때 경과 기간인 2년간 졸업생 내지 국가시험 합격자가 상당히 줄어들었던 적이 있으므로 사회적 상황에 따라 졸업생 내지 의료인력 배출이 예년보다 적어질 수는 있다는 점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의대 인증에 관해 보면 고등교육법 제11조의2 제2항 단서는 의학·치의학·한의학 또는 간호학에 해당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에 따라 인정기관의 평가·증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제3항에서 ‘교육부 장관이 관련 평가전문기관, 학교협의체, 학술 진흥을 위한 기관이나 단체 등을 인정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5항에서 제2항의 평가 또는 인증, 제3항의 인정기관의 지정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해당 대통령령은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데, 지난달 교육부가 해당 규정을 개정하기 위해 한 입법예고의 개정 이유를 보면 △인정기관이 존재하지 않거나 평가인증이 불가능한 경우 기존 평가·인증 유효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재난안전관리기본법상 대규모 재난 발생으로 의료과정 운영 학교의 학사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교육여건이 저하되는 경우, 인정기관이 불인증을 하기 전에 1년 이상의 보완 기간을 부여하도록 하고자 하며 △평가·인증 기준 등의 변경이 있거나 평가·인증 업무를 중단 또는 폐지하는 경우 미리 알리고, 기준 등의 변경사항이 중대한 경우 사전 심의를 거치도록 하며 △평가·인증 기준 등의 변경 시 평가 대상 학교에 미리 알리도록 한다는 것이다.

 

인정기관 공백 시 인증 유효기간 연장에 대해서는 인정기관 공백으로 인한 학교와 학생의 불이익 예방이라는 현실적 고려는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의대 교육을 인증하는 기관이 없다면 인증 대상 의대에서 의학교육의 질적 저하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평가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 인정기관 공백이라는 상태가 지속되면 인정기관을 새로 지정하지 않으면 평가인증이 계속 유효한 상태이므로 새 인증이 필요 없게 될 수 있어 인증제도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재난 시 의대 평가인증 특례는 재난 상황에서 학생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1년 이상의 보완 기간을 의무적으로 부여하도록 하는 것은 평가기구가 보완 기간을 부여할지를 결정할 수 있었던 기존 규정보다 독립적 판단권에 더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또 보완 기간의 존재로 오히려 부실한 교육환경의 개선이 지연될 가능성도 함께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평가인증 기준 변경 시 사전 통보 내지 심의 규정에 대해서는 평가인증이 재정 지원, 국가시험과 연계되어 있어 안정성 확보 필요성이 존재할 수 있다. 다만 평가인증 기준에 대한 외부 심의를 하더라도 오랜 기간의 평가를 통해 평가에 전문화된 기관의 기준 결정에 대해 큰 틀을 결정하는 것 외 세부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지 불명확하다. 더불어 그 심의 결과에 따라서는 ‘인정기관의 자율성이나 독립성 침해’라는 주장이 뒤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평가 기준 변경 시 1년 전 사전 예고 의무화는 대학의 예측 가능성 제고와 체계적 준비를 위한 조치로써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긴급한 교육 부실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과 그러한 상황을 반영하고자 하는 인정기관의 자율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하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교육부의 개정안은 제도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이나, 평가기구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훼손된다거나 의학교육의 질 관리라는 평가인증제도의 본질적 가치가 행정적인 단기적 문제 해결에 희생된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의대생 휴학을 둘러싸고 교육부와 대학이나 의대 사이에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대학, 의대 입장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쪼록 이러한 논의가 합리적인 결론으로 이어져 현 상황의 종식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김경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soo.kim@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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