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매체 “전략적 억제력 가동 준비 점검”
선제 공격용 아닌 ‘반격용’ 의미 강조해
핵 보복력 보여주기… 대미 메시지 발신
러 파병 후 대북 압박 강화 견제 포석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지 일부를 처음 공개했다. 지난 9월 핵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시설 공개에 이어 또 다른 자국 군사기밀인 미사일기지를 스스로 보여준 셈이다. 미국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의 대북 관심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한편 파병설 제기 이후 강화될 대북 압박을 견제하는 등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략미사일기지들을 시찰했다고 밝히고 관련 사진 5장을 공개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략미사일기지들을 시찰했다”며 김정식 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이 동행했다고 밝혔다.
시찰 일자와 기지의 위치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진에는 김 위원장이 길이 닦여 있지 않은 숲속을 걸어가는 모습과 흰 터널과 같은 형태의 시설 내부가 나왔다. 은폐된 터널형 기지의 모습을 일부 노출했다고 볼 수 있다.
또 ICBM인 화성-18형, 극초음속미사일 화성-16형 모습을 배경으로 한 사진도 공개했다. 미국을 겨냥하는 상징적 무기다. 북한 매체나 김 위원장이 ‘전략미사일기지’를 언급한 적은 있으나 실제 장소를 일부라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전날 보도에서 21일 자강도 수해 복구 현지지도를 한 것으로 미뤄 자강도 미사일기지를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자강도는 북한 포탄과 미사일 생산 공장, 관련 기지들이 밀집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7월 말 수해 때 군수공장과 기지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을 거라는 추정이 나온 바 있어 수해 복구 마무리단계에서 실시한 현장 점검의 연장선상에서 군수시설을 돌아봤을 수도 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발사 관련 시설 요소별 기능과 능력, 전략미사일 전투직일 근무(당직근무) 상태 등 나라의 안전과 직결된 전략적 억제력의 가동 준비태세를 점검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미사일병들이 긴장한 태세로 전투직일 근무를 수행하면서 누구보다 수고가 많다”며 “미국의 전략 핵 수단들이 주는 위협이 날로 가증되고 있으며 우리의 전쟁억제력을 보다 확실히 제고하고 임의의 시각에 신속히 적수들에게 전략적 반타격을 가할 수 있게 철저한 대응태세를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언제라도 ICBM을 발사할 듯 가동준비를 점검했다면서도 동시에 ‘반타격’이라고 굳이 언급함으로써 선제공격이 아닌 반격용, ‘2격용’이라는 의미도 강조했다.
미국 대선 전 최대한 존재감을 끌어올리면서도, 일단은 부담이 큰 핵실험이나 ICBM 시험발사를 감행하지 않고 ‘보여주기’, ‘과시하기’에 그치는 모양새다. 이는 북한이 수위조절을 하는 것으로 볼 측면도 있지만 반대로 향후 무력시위를 예고하는 성격일 수도 있다.
양 교수는 “연말 연초 당 전원회의를 앞두고 핵 무력 치적 준비, 미 대선 막바지 핵보유국 존재감 과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미 대통령 당선 시 핵 군축 회담의 협상력 높이기, 적대국 한국에 대한 핵 무력 과시,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설에서 이슈체인지를 할 필요성 등을 감안하면 ICBM 시험발사 등 고강도 무력시위를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 대선이 임박했고, 파병이 현실화하는 국면에서 한반도에 위기가 조성되거나 위협이 가중될 수 있는 자극적인 실험보다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전략무기 기지를 공개함으로써 보복력을 갖추고 있다는 대미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파병으로 인해 조성될 긴장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홍 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장 파병으로 인해 미국 및 나토, 한국의 대러시아 및 대북한 군사적 압박이 강화될 것을 상정하고 대미억제력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도 있어 보인다”며 “북·러 군사 동맹이 핵보유국 사이의 동맹임을 환기시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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