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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정년 연장 신중히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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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0-23 23:15:28 수정 : 2024-10-23 23: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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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제 있는 사업장 31% 불과
정년연장된대도 효과는 제한적
고령근로자 활용 기업에 맡기고
임금체계 개편 등 제도화 논의를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임박하면서 국민연금의 개편과 관련되어 논의됐던 현행 60세인 법정정년의 연장에 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졌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정년연장법안 5개 중 4개는 다수당인 민주당에서 발의됐는데 3개가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국민의힘 격차해소특별위원회는 11월 5일 정년연장을 주제로 첫 회의를 열어 ‘중장년 계속고용 방안’을 논의한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년연장 찬성 여론이 50% 이상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기업 461곳을 대상으로 한 ‘사람인’의 조사에서 80% 가까운 기업이 정년연장에 ‘긍정적’이라고 답했고 그 이유로 57.9%의 기업이 ‘숙련 근로자의 노하우 활용이 가능해서’였다.

초고령사회로의 급속한 진입, 국민연금 수급 개시연령과 법정정년의 차이, 정년연장에 대한 기업들의 긍정적인 인식 등 정년을 연장해야 하는 여러 논거에도 법정정년을 연장하는 문제에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법정정년의 연장은 대기업, 공공기관 등 일부 근로계층만의 혜택으로 귀결되어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법정정년 연장의 노동시장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다. 법정정년이 정해져 있음에도 근로자가 정년 전에 퇴직하는 것을 막을 수 없고 사업장의 필요에 따라 60세 이상 근로자가 계속 근무할 수 있다.

80만개 이상의 사업장을 분석한 고용정보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년이 있는 사업장은 31%에 불과하다. 주로 대규모 사업장이다. 정년제가 있는 사업장에서도 50%가 넘는 근로자가 60세 전에 퇴직한다. 정년제가 없는 사업장에서도 20%의 퇴직자가 60세 이상이다.

법정정년을 60세로 정했음에도 주된 일자리를 떠나는 시기는 대다수 사업장에서 여전히 50세 밑이라는 것이 통계청 조사 등 여러 연구의 공통된 결과이다. 2023년 기준 60세 이상 고령자 고용률은 45.5%, 2024년 9월에는 60대 이상 취업자 수가 50대 취업자 수를 넘어섰다. 실질적인 노동시장 은퇴 연령은 남녀 모두 75세 전후이다.

정년을 법으로 획일적으로 연장하는 것보다는 일본과 같이 기업이 자율적으로 고령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으로 70세 이상 취업확보 조치 노력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일본 기업의 70%가 재고용(계속고용), 26%가 정년연장, 4%가 정년폐지로 65세 이상 고령자를 활용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선호하는 고령자 계속고용방식은 재고용 68%, 정년연장 25%, 정년폐지 7%의 순이다. 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18%의 사업체에서 재고용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85%의 사업장에서 퇴직 후 신규 고용계약을 하는 형태로 재고용하고 있다. 재고용제도가 더욱 활성화되도록 정부 지원 등이 필요하다.

법정정년을 연장한다면 호봉제 완화 등 임금체계 개편이 반드시 이뤄지도록 법에 명시되어야 한다. 청년들의 선호하는 일자리인 대기업, 공공기관의 연공급을 그대로 둔 채 정년연장이 된다면 가뜩이나 암담한 청년층 일자리 사정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호봉제 완화 등 임금체계 개편을 관련 법에 담지 못하고 법정정년을 연장했던 박근혜정부에서 임금피크제를 공공부분을 중심으로 급하게 추진했는데 근원적인 조치가 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추진과정에서 사업장 단위의 노사갈등 등 여러 부작용이 있었다.

대기업, 공공부분에 우선적으로 도입하고 사업장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오히려 소규모 사업장부터 법정정년을 연장하고 그 효과와 문제점을 살피면서 적용대상을 확대해 나가야 노동시장 양극화 심화 등의 부작용을 다소나마 완화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법정정년을 연장하기보다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고용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도록 해야 하며, 정치적 이유로 법정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면 호봉제 완화 등 임금체계 개편이 법에 명시되어야 한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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