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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사도광산 추도식… 日, 사과 없었다

입력 : 2024-11-24 21:09:21 수정 : 2024-11-24 21: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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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참배 인사가 대표
노동자 강제 동원 언급 않고
세계유산 등재 가치만 강조

韓정부, 하루 전 불참 결정
25일 별도로 추도식 갖기로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으로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사도광산이 있는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에서 ‘사도광산 추도식’이 24일 열렸다. 당초 사도광산에서 일하다 세상을 떠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한국 유족과 한국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일본 정부 측 대표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력 등을 문제 삼은 한국 정부가 하루 전 불참을 결정하며 반쪽짜리 행사로 진행됐다. 일본 측 참석자들은 사도광산에서 일하다 세상을 떠난 ‘조선반도(한반도의 일본식 명칭)에서 온 노동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시하기는 했으나 이들을 ‘사도광산의 영광’을 이룬 일원인 양 간주하며 강제성을 언급하지는 않았고, 사죄 역시 없었다.

 

텅 빈 한국측 자리 24일(현지시간)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서 한국 정부 관계자 및 유가족들이 불참한 가운데 일본측 참석자들이 추모의 묵념을 하고 있다.
사도=뉴스1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는 이날 오후 1시 사도시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추도식을 개최했다. 일본 정부 대표인 이쿠이나 아키코(生稻晃子)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을 비롯해 하나즈미 히데요(花角英世) 니가타현 지사, 와타나베 류고(渡邊龍五) 사도시 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단체 관계자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당초 참석을 예정했던 박철희 주일한국대사와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등은 추도식이 끝난 시간에 사도섬에 들어와 사도광산을 소개한 아이카와향토박물관을 찾았다. 외교부는 추도식 불참에 대해 “당국 간 이견 조정에 필요한 시간이 충분치 않아 추도식 이전에 양국이 수용 가능한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25일 오전 9시 한국 외교부 주최로 사도광산 조선인 기숙사터에서 별도 추도식을 갖는다. 외교부는 자체적인 추모행사 개최에 대해 “과거사에 대해 일본 측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한·일 양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도식이란 이름을 달기는 했으나 사도광산의 가치를 소개하고 등재를 자축하는 성격이 두드러졌다. 당연히 강제동원에 대한 반성,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사죄가 낄 여지는 없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 전력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과거 전력으로 24일(현지시간)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의 파행을 부른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이 추도식에서 헌화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사도=뉴스1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한 이쿠이나 정무관은 추도사에서 사도광산의 가치를 강조하며 “이런 빛나는 성과를 이룬 선인들의 헌신” 중 하나로 “조선반도에서 온 노동자들의 가혹한 환경에서의 노동”을 꼽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가 “1940년대 우리나라(일본) 전시 중 노동자 정책에 기초해 조선반도에 온 노동자들”이라고 한 것은 강제성, 불법성 자체를 부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2022년 8월15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던 인물이다. 와타나베 시장도 사도광산이 일본 광업 활성을 도모했다며 “잊을 수 없는 많은 사람의 노력” 중 하나로 강제동원 피해자를 거론했다. 한국, 일본 기자들은 이쿠이나 정무관에게 일본 정부의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들으려 했으나 그는 추도식이 끝난 직후 준비된 차량으로 추도식장을 떠났다. 대신 와타나베 시장이 기자들과 만나 한국 측의 불참에 대해 “매우 안타깝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추도식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사죄가 있었다고 보느냐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는 “양국 정부 간에 논의할 사안”이라며 대답을 피했다. 교도통신은 “한국 측이 추도식에 의문을 표하며 참가하지 않아 향후 화근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 붙어있는 식순에 추도사가 빠져 있다. 뉴스1

사과, 반성 없는 추도식은 한국 측 참석자들을 위해 배치한 30개 정도의 좌석이 비어 있어 더욱 두드러졌다. 불참 결정 후 한국 측에서 좌석을 배치하지 말 것을 요청했으나 주최 측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은 추도식장 인근 아이카와향토박물관을 찾아 10분 정도 관람했다. 이들은 사도광산에 일한 가족의 흔적을 찾기라도 하려는 듯 이름이 적힌 전시물에 특히 관심을 보였다. 이름을 가린 전시물을 가리키며 이유를 묻기도 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썼던 작은 도시락 앞에서 “이거 하나로 하루를 버틴 건가”라고 질문을 던지는 이도 있었다. 작은 도시락 앞에서 당시의 가혹한 상황을 떠올린 듯 보였다.

 

사도광산은 에도시대(1603∼1867)에 금광으로 유명했으나 태평양전쟁 중 구리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광산으로 주로 이용됐다. 이 무렵 1500여명으로 추산되는 조선인들이 강제동원돼 혹독한 환경 속에서 차별받으며 일했다는 것이 일본 측 자료로 남아 있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을 등재하며 매년 추도식을 열어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알리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사도=강구열 특파원, 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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