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직전 미국 민주당 보는 듯
독일 집권 여당인 사회민주당(SPD)이 대선 직전 미국 민주당과 같은 분열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내년 2월 조기 총선거를 앞두고 국민들 사이에 인기가 없는 올라프 숄츠 현 총리를 다시 총리 후보자로 내세우려 하자 당내에서 거센 반발이 일어난 것이다. 미국 민주당은 대선을 불과 4개월 앞둔 7월 조 바이든 대통령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으로 후보를 교체했으나 결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패하며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24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SPD 세르필 미디야틀리 부대표는 이날 독일 동부의 소도시 할레에서 SPD의 젊은 정치인들 주최로 열린 행사에 참석해 “나는 이 방에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것과 똑같은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숄츠가 SPD의 총리 후보가 되어 연임에 도전해선 안 된다는 의견에 공감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SPD 지도부는 내년 2월23일 총선을 앞두고 숄츠를 당의 총리 후보로 내정했으며 25일 이를 공식 추인할 예정이다.
SPD 부대표조차 자신이 속한 정당의 총리 후보에 반대할 정도로 숄츠의 인기는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몇 주일 동안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숄츠의 지지율은 20% 아래에 머물렀다. 정당 지지도의 경우도 SPD는 제1야당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보다 16∼18%P 뒤처져 있다. 이대로 가면 SPD의 필패, CDU/CSU로의 정권교체가 불 보듯 뻔해 보인다.
다수의 SPD 의원들은 숄츠 대신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부 장관이 총리 후보로 나서야 한다고 여긴다. 현재 64세로 숄츠보다 두 살 적은 피스토리우스는 현직 각료로서는 물론 정치인으로서도 독일 국민들 사이에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다만 그는 총리직에 도전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숄츠를 “올바르고 뛰어난 인물”,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에 정부 운영을 맡은 진정 뛰어난 총리” 등으로 부르며 사실상 충성 맹세를 했다.
이런 독일 SPD의 모습은 최근 민주당의 참패로 끝난 미국 대선을 떠올리게 한다. 바이든은 82세의 고령에도 연임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6월 트럼프와 대선 후보 토론에서 말실수를 연발한 바이든을 향해 민주당 내부에서 ‘후보 교체론’이 거세게 제기됐다. 결국 바이든은 7월 대선 후보직에서 물러나고 민주당 행정부의 2인자인 해리스가 새로운 대선 후보로 뽑혔다. 선거일을 불과 4개월 앞두고 대선 후보가 된 해리스는 흑인 등 소수 인종과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에 호소하는 전략을 구사했으나 결국 공화당의 트럼프에게 큰 차이로 지고 말았다.
7월 바이든이 대선 후보를 그만뒀을 때 독일 기자들은 숄츠에게 “총리도 바이든 대통령처럼 연임을 포기할 의향이 없느냐”고 물었다. 당시 숄츠는 “그런 질문을 해줘 고맙다”라는 짧은 답변으로 총리 연임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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