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국 작가 87명 참여...‘표류’ 화두
2024 제4회 제주비엔날레(총감독 이종후·전시감독 강제욱)가 2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83일간의 항해를 시작했다.
제주도가 주최하고 제주도립미술관이 주관하는 제주비엔날레 본전시 ‘아파기(阿波伎) 표류기: 물과 바람과 별의 길’에는 14개국 작가 87명이 참여한다. 2025년 2월 16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공공수장고 △제주아트플랫폼 △제주자연사박물관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등 5곳에서 다양한 전시가 펼쳐진다.
제주비엔날레 연계 전시로 제주도립미술관 장리석 기념관에서 ‘누이왁’ 특별전이 개최되며 협력 전시로 제주현대미술관에서 내년 3월 30일까지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서양미술 400년, 명화로 읽다’전이 열린다.
주제는 다양한 요소들이 모여들고 흩어지는 ‘표류’ 현상에 의한 문화인류학적, 사회인류학적 고찰, 자연과 예술에 대한 새로운 공감에서 출발했다.
‘표류’라는 키워드는 사회, 문화, 정치적 이슈 전체를 포괄한다. 제주는 그 자체로 표류의 역사를 간직한 섬이다. 표류에 의한 이동과 이주는 남방문화와 북방문화가 서로 공존하고, 충돌하며 제주에서 독특한 생태환경과 정체성을 형성했다. 이번 전시는 표류를 통한 문명의 여정과 자연과 문화예술의 이동과 이주, 생존과 변용의 생태계를 내포한다.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타이완, 일본, 제주를 비롯한 아시아권 작가들과 폴란드, 영국, 독일 등 유럽 작가, 미국, 캐나다 작가들이 포함되며 이들은 국제적 맥락 안에서 형성되는 보편적 의제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제시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커뮤니티 맵핑의 권위자인 임완수(미국), 민속과 생활사의 전문가로 바구니 문화를 연구하는 고광민(한국, 제주작가), 오브제와 역사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러 아구스 누르 아말(인도네시아)이 참여해 탈경계적인 다양한 융합 예술을 펼친다.
표류와 관련된 작업을 하는 제주 작가들도 대거 참여한다. 바람의 길을 통한 철새의 이동을 주제로 한 고길천, 김용주, 이은봉 작가와 해양쓰레기를 추적해 리서치와 설치작업을 하는 양쿠라 작가, 표류의 미디어적 해석을 담은 부지현 작가와 설치·조각 서성봉, 사진 김수남, 회화 현덕식 작가가 참여한다.
◆6개 소주제 통해 대주제 ‘표류’ 탐구
여섯 개의 소주제를 통해 전시의 대주제 ‘표류’를 탐구한다. 각 소주제에 맞는 장소와 작품을 선정해 관람객들이 항해 중 표류를 거쳐 이상향에 도달하는 과정을 가상의 공간에서 느끼도록 했다.
아파기 표류기는 가상과 상상의 기록이다. 일본 서기에 의하면 661년 5월에 일본 사신이 당나라와 교역 중에 표류해 탐라에 도착한다. 이 배편으로 탐라왕자 아파기 등이 일본에 방문했다고 전해진다.
아파기의 가상의 표류는 제주의 정체성에서 스토리를 확장하는 장치이다. 제주가 지닌 미시적 언어를 통해 표류의 거시적 주제들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했다.
가상의 섬 ‘운한뫼’에서 아파기의 항해가 시작됨을 알리며, 항해의 1장인 ‘네위디’를 거쳐 2장은 풍랑을 만나 새들이 쉬고 가는 낙도 ‘사바당’, 3장은 별이 이끄는 ‘칸파트’, 4장은 아파기가 표류 중 마주한 낙원과 같은 이상향이 담긴 ‘누이왁’으로 물과 바람과 별이 이끄는 항해를 통해 성숙해 가며, 마침내 이상향에 도달하는 과정을 그린다.
또한 실제 표류를 경험한 적 없는 이야기꾼 아파기의 가상 표류기를 통해, 삶의 본질을 성찰하며 항해와 표류의 깊은 의미를 담아낸 에필로그를 제시하는 ‘자근테’로 마무리된다.
아파기의 항해는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항해이자 표류임을 나타낸다.
오영훈 지사는 개막식에서 “제주 비엔날레는 문명과 문명이 만나 인류가 성장하며 세계를 확장시키는 담대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는 제주도정의 정책 방향과도 일맥상통한다”며 “제주도정은 세계 여러 도시가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협력하는 ‘글로벌 평화와 번영의 문화공동체’를 제안하고, 제주를 아시아·태평양을 넘어 세계적인 문화 허브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했던 이소별 배우가 홍보대사로 참석했고, 제주도립무용단의 축하공연과 참여 작가의 개막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롤롤롤(대만)은 식물 이파리에 부착한 심전도기로 발생한 파장을 재해석해 마치 영혼의 나무에 접신하는 네오샤먼이 돼 소통을 시도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아구스 누르 아말(인도네시아)은 오브젝트 시어터 퍼포먼스이자 제주도의 전통 영등굿 의식에서 영감을 받은 신작 ‘라룽 페스티벌’을 선보였다.
린슈카이(대만)는 자전거를 타고 전시장 곳곳을 항해하듯이 표류하며 작품의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린슈카이는 제주시내를 돌아다니며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개막 이후 참여 작가와 도내 활동 작가들의 네트워킹 프로그램 ‘커넥트 제주’(11월 27~28일)가 열린다. 제주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며 각국의 작가들과 소통의 시간을 갖는다. 또한 제주대학교 미술학과 학생들의 포트폴리오에 대해 작가들이 피드백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이 외에 본 전시 주제 ‘표류’와 관련된 컨퍼런스(2025년 1월) 등이 비엔날레 기간 동안 진행될 계획이다.
제주비엔날레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는 홍보대사인 방송인 전현무의 ‘무스키아의 표류기’ 전시도 마련됐다. 전현무가 그린 자화상과 초상화 등 2점이 전시된다.
◆서양미술 400년 명화전 등 연계·협력 전시
제주비엔날레 연계 전시 ‘누이왁’ 특별전이 내년 2월 16일까지 장리석기념관에서 열린다.
너울(누)과 이야기(이왁)를 조합한 '누이왁'은 너울을 넘어온 이상적인 이야기를 의미하며, 전시는 △화가의 시선 속 해녀 △관광사진 속 해녀 △제주인들의 해녀 등 3가지 주제로 구분해 선보인다. 평양 출신인 장리석(1916~2019) 화백의 작품 12점과 해녀들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가 홍정표(1907~1992), 윤세철(1932~2011), 고광민(1952~)의 사진작품 22점과 자료들이 전시된다.
제주비엔날레 협력전시로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서양미술 400년, 명화로 읽다' 특별전이 제주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서양미술의 거장 89명의 작품 143점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대규모 전시로 내년 3월 30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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