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그런 날 있잖아..새벽에 자야 되지만 무작정 노트북을 꺼내 김도영 MVP 기사 쓰고 싶은..그런 날”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4-11-27 06:00:00 수정 : 2024-11-27 01:31:4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그런 날 있잖아요”

 

26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정규시즌 시상식. 모두의 예상대로 최고영예인 MVP는 총 101표 중에 95표를 획득해 사상 세 번째로 높은 득표율(94.06%)을 기록한 KIA 3년차 내야수 김도영(21)에게 돌아갔다. 본인 역시도 자신의 수상을 알았다는 듯, 가장 눈에 띄는 화려한 흰색 수트 차림으로 시상식에 참석한 김도영은 당당히 무대에 올라와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이제는 ‘밈’이 되어버린 자신의 유행어, “그런 날 있잖아요”를 입에 올렸다. 이를 알아들은 객석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에서 MVP를 수상한 KIA 김도영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7월16일, 전반기를 마친 뒤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김도영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비와 땀으로 흠뻑 젖은 셀카와 함께 ‘그런 날 있잖아 손에 우산은 있지만 비를 맞으며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고 싶은…그런 날’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과거 2000년대 싸이월드를 연상케 하는 감성 충만한 김도영의 문장은 큰 화제를 모으며 순식간에 퍼졌고, 야구와 관련 없는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될 정도로 ‘밈’으로 자리 잡았다.

 

MVP 트로피를 손에 쥐고 소감을 이어간 김도영은 “앞이 보이지 않고, 미래가 보이지 않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한 날이. 그때 누가 저한테 해준 ‘너를 믿어라’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누군가 나중에 너를 보면 위안이 될 거라고. 그런 날들이 항상 떠오르는 사람들에게 지금의 저를 보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MVP 소감도 역대급이었다.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에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KIA 김도영이 트로피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에서 KBO 리그 타자 장타율상과 득점상을 받은 KIA 김도영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영의 소감대로, 그의 프로 데뷔 2년은 불안했다. ‘제2의 이종범’이란 평가를 받으며 프로무대에 입성했지만, 부상으로 날개를 제대로 펴지 못했다. ‘2023년 김도영’은 분명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고 싶었지만, 시즌 초 당한 불의의 부상(중족골 골절)으로 인해 풀타임으로 치르지 못했다. 84경기 타율 0.303(340타수 103안타) 7홈런 47타점 25도루로 자신의 잠재력은 충분히 보여줬지만, 분명 자신의 기대치에는 못미쳤을 성적이었다.

 

데뷔 2년간의 시련과 고통은 3년차 시즌의 대폭발의 기폭제가 됐다. 4월 10홈런-10도루로 KBO리그 최초의 월간 10-10 달성을 시작으로 시즌 내내 신기록을 제조해내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김도영은 역대 최연소·최소 경기 30홈런-30도루,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 시즌 최다 득점 신기록(143득점) 등 숱한 이정표를 세웠다. KIA의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모두 집어삼키는 통합우승도 김도영의 존재가 결정적이었다.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 호텔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시상식에서 MVP 선정된 KIA 김도영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스1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 호텔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시상식에서 MVP 선정된 KIA 김도영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스1

KIA의 호성적과 김도영의 슈퍼스타로의 성장을 바라보던 KIA 팬들은 야구장 안팎에서 시즌 내내 ‘도영아, 니땀시 살어야’를 외쳐댔다. 이를 줄인 ‘도니살’이라는 줄임말이 생길 정도로 올 시즌 야구계를 지배한 최고의 유행어였다. 이를 김도영 역시 모를리 없었다. 김도영의 MVP 마지막 소감도 ‘도니살’의 패러디였다. “마지막으로 입단 전부터 지금까지 많은 함성 소리로 응원해주시고 믿음으로 응원해주시는 KIA 팬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단말 드린다. 저는 팬 땜시 살았습니다”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 호텔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시상식에서 MVP에 선정된 KIA 김도영이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이제 3년차 시즌을 보낸 김도영은 더 많은 MVP 트로피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다음 목표는 이번에 이뤄내지 못한 ‘만장일치 MVP’다. 1982년 출범한 KBO리그에서 만장일치 MVP는 프로 원년인 1982년 박철순(OB 베어스)만이 보유한 대기록이다. 김도영은 전체 101표 가운데 95표를 받았다. 나머지 6표는 빅터 레이예스(3표·롯데 자이언츠), 멜 로하스 주니어(kt wiz), 카일 하트(NC 다이노스),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이상 1표)이 가져갔다. 김도영은 농담처럼 “(투표권을 가진) 기자님들께 잘했다고 생각했는데”라며 “다음 목표는 만장일치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올해 40홈런-40도루를 못 해서 오히려 뿌듯하다. 달성했다면 스스로 야구를 쉽게 봤을 것 같다. 앞으로 더 큰 노력을 하겠다. 매 타석, 신중하게 야구하겠다”고 다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안유진 '아찔한 미모'
  • 안유진 '아찔한 미모'
  • 르세라핌 카즈하 '러블리 볼하트'
  • 김민주 '순백의 여신'
  • 한지은 '매력적인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