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군포·안양 무릎까지 ‘푹푹’
수원은 43㎝ 기상관측 來 최고
서울도 28.6㎝쌓여 역대 세번째
1호선·수인분당선 등 지연 극심
축사 붕괴·나무에 깔려 2명 숨져
서울 일부지역 수도 끊기고 정전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틀째 폭설이 내려 출퇴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경기 수원에서는 43㎝가 넘는 눈이 쌓이며 1964년 근대적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눈이 쌓였고, 서울 관악구에서 41.2㎝의 적설을 기록하는 등 수도권 곳곳에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졌다.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오전 8시 기준 적설은 경기 용인 47.5㎝, 수원 43㎝, 군포 42.4㎝, 안양 40.7㎝, 서울 관악구 41.2㎝ 등으로 경기 남부와 서울 남부를 중심으로 성인 무릎 높이의 눈이 쌓였다. 수원은 전날 30㎝가량의 눈이 쌓인 상태에서 밤사이 눈이 더 내리면서 적설 43㎝를 기록했다.
서울은 서울기상관측소가 위치한 종로구를 기준으로 28.6㎝의 눈이 쌓였다. 1922년 3월24일 31㎝, 1969년 1월31일 30㎝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양의 눈이 내린 것이다. 이 정도의 적설은 1969년 2월1일 28.6㎝가 마지막이었다. 기상청은 같은 수치라도 최근 기록을 더 높은 순위에 두는데, 이번 폭설이 1969년 2월1일의 기록인 28.6㎝를 제치고 역대 3위에 올랐다.
11월에 찾아온 폭설에 시민들은 이틀 연속 출근길 혼잡에 시달렸다. 이날 오전 7시30분 서울 관악구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에서 만난 직장인 김민지(32)씨는 “어제 30분을 지각해서 오늘은 1시간 일찍 나왔는데 또 늦을 것 같다”면서 “사람이 너무 많아 지하철 2대를 그냥 보냈다”고 말했다.
선로와 차량기지에 눈이 쌓이면서 출차가 지연된 서울 지하철 1호선과 수인분당선은 극심한 지연을 겪었다. 대학생 최승현(21)씨는 “버스 운행이 중단돼 1시간을 걸어 겨우 수원역에 도착했는데, 수인분당선 차량에 사람이 너무 많아 숨이 막혀서 중간에 내렸다”고 말했다. 이날 수원역은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이 플랫폼에서 개찰구 밖까지 줄을 설 정도로 혼잡했다.
서울의 경우 비교적 빠르게 제설이 이뤄져 교통 혼잡이 덜했지만, 수도권 곳곳에선 차량 정체가 이어졌다. 직장인 A(27)씨는 “경인고속도로가 꽉 막혀 1시간 동안 길 위에서 버스를 기다렸다”고 토로했다.
폭설로 인한 인명사고도 발생했다. 이날 경기 용인에서 60대가 집 앞에 쌓인 눈을 치우다 쓰러진 나무에 깔려 숨졌고, 강원 횡성에서는 축사 지붕이 무너져내리며 70대가 숨졌다. 경기 안성 자동자부품 제조공장에선 캐노피가 붕괴해 보행로를 지나던 70대 직원이 사망했다.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염리·공덕·성산동 일대 750가구에 정전이 발생했고, 창천동에선 270가구에 수도 공급이 끊기기도 했다.
이날 서울·인천·경기·충북·충남·경남 지역에선 오후 5시 기준 2037개교가 학사 일정을 조정했다. 특히 경기 지역에선 관내 학교 4520곳 가운데 1337곳(29.6%)이 휴업하고 518곳이 등교 시간을 조정하는 등 학사 차질을 빚었다.
폭설은 이날 오후 들어 기세가 꺾이며 서울 전역과 경기 시·군 13곳에 내려졌던 대설경보가 해제됐다. 다만 눈은 29일까지 더 내릴 전망이다. 기상청은 28일부터 29일 오전까지 제주 산지에 5∼15㎝, 전북 동부 2∼7㎝, 충청 1∼5㎝, 전북 서부 등지에 1∼3㎝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29일에는 전국 대부분의 아침 최저기온이 -8∼-6도로 떨어지고 바람도 강하게 불겠다. 특히 중부지방은 낮 기온도 5도 이하에 머물며 종일 추운 날씨가 이어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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