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뒤엔 평균 2.31곳 재취업
55% “이전 직무와 관련성 없다”
경력단절 男 5개월, 女 40개월
근속 희망 연령은 72.7세 달해
재취업자 중 직업훈련 12%뿐
“고령자 맞춤형 훈련 필요” 지적
A(63)씨는 서울의 한 대학 졸업 뒤 H그룹의 A계열사에서 6년간 인사 노무 업무를 했다. 재직 중 대학원을 수료한 뒤에는 그룹의 B계열사에서 18년을 일했다. 그러다 회사의 경영 실적이 나빠져 고용 조정 과정에서 55세에 퇴직했다. 1년 동안은 집에서 쉬었다. 여행도 다니고, 만나지 못한 사람들도 만났지만, 일상은 점차 무료해졌다. 그러던 중 퇴직 전 알던 거래처 대표로부터 영업담당 이사로 일하자는 제의를 받은 뒤 56세에 다시 입사했다. 임금은 직전 직장 대비 70% 수준이다. A씨는 “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더라도 다시 일자리를 구해 70대까진 일하고 싶다”고 했다. 다만 이제까지 직업훈련을 받은 적이 없어, 그가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제한적이다. 그는 “공인중개사, 조경사 등 유망 자격증을 취득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현실적으로 고령자에 적합한 일자리를 구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다”고 했다.
지난해 기준 46∼75세 퇴직자들은 평균 43.6세에 생애 직장(가장 오래 다닌 직장)을 그만둔 뒤 평균 2.13곳에 재취업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퇴직자들은 A씨처럼 생애 직장을 떠난 뒤 다시 근로를 원하거나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직업훈련을 받은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해 고령 퇴직자에 적합한 훈련이 제공돼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일 고용노동부가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실에 제출한 ‘고령퇴직자 재취업 및 직업훈련 욕구조사’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퇴직한 고령자(46∼75세)의 첫 번째 직장생활 시작 연령은 평균 24.3세였고, 이들이 가장 오래 근무한 직장의 퇴사 연령은 43.6세로 나타났다. 근속 희망 연령은 퇴사연령보다 한참 뒤인 평균 72.7세였다.
이 연구는 한국퇴직자총연합회가 수행한 고용부 연구용역 과제로 지난해 4∼12월 실시됐다. 2022년 말 주민등록인구 45~74세를 모집단으로 인구에 비례한 시도별 총 3000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퇴직자 1000명을 표본으로 삼았다. 전체 표본 중 71.6%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었고, 이들 중 취업자와 고용주 또는 자영업자는 각각 75.1%, 24.9%였다.
고령자들이 생애 직장을 그만둔 뒤 이직까지의 경력 단절 기간은 평균 18.5개월이다. 남성보다(4.9개월)는 여성(39.9개월)의 경력 단절 기간이 훨씬 길었다.
경제활동 중인 고령 퇴직자가 재취업하는 경로는 ‘친구 및 친지의 소개’가 51.8%로 가장 높았다.
재취업자의 현재 직장과 가장 오래 다닌 직장 간 직무 관련성은 ‘관련 없다’가 54.9%, ‘관련 있다’가 45.1%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재취업자 중 직업훈련을 받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12.1%로 소수였다. 55∼65세로 연령 구간을 좁힐 경우엔 6.4%에 불과했다. 직업훈련을 받지 않은 주된 이유로는 ‘적합한 과정이 없어서’가 24.5%로 가장 높았고, ‘비용이 많이 들어서’(12.7%), ‘직업훈련을 받아도 활용이 어려워서’(9.2%) 순이었다.
보고서는 고령자들이 평균 43.6세에 일을 관둔 뒤 72.7세까지 일하고자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생애 직장을 다닌 기간(19.3년)보다 점진적 퇴직 기간(29.1년)이 더 길다고 봤다. 고령자를 위한 맞춤형 직업훈련이 필요한 이유다.
연구팀은 “심층 인터뷰 조사에서 비교적 전문직 직무에 종사했던 사람들은 50대 중반이 되기까지는 개인 힘으로 재취업에 성공하지만, 50대 중반이 되면서부터는 기존 업무 경력으로 취업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짚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40세 이상 구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폴리텍대학 신중년 프로그램과 수요 기업 간 지역 단위 연계성이 높아져야 한다”며 “인력 수급의 다리 역할이 잘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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