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상원이 며칠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16세 미만은 X·페이스북·인스타그램·스냅챗·틱톡 등과 같은 SNS 계정에 접속할 수 없다. 이를 어기는 SNS 플랫폼에는 최대 450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렇게 강력한 조처를 한 건 SNS에서 괴롭힘을 당한 12세 소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SNS 부작용 탓에 생을 포기하는 청소년들이 잇따라서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 법이 완벽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게 옳다는 것은 안다”고 강조했다.
이런 움직임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6월 부모 또는 보호자의 승인이 없으면 15세 미만의 SNS를 차단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이어 11세 미만 아동엔 휴대폰 보유 자체를 금지하고, 13세 미만엔 휴대폰을 통한 인터넷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노르웨이 정부는 지난달 SNS 사용 가능 연령을 13세에서 15세로 상향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미국 플로리다주도 14세 미만 아동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어제 올해의 단어로 ‘뇌 썩음(Brain Rot)’을 선정해 화제다. ‘뇌 썩음’은 주로 질 낮은 온라인 콘텐츠를 과도하게 소비해 정신적, 지적 상태가 악화한 상태를 의미하는 단어다. 이 단어의 사용 빈도는 지난 1년간 약 230% 증가했다고 한다. 앤드루 프르지빌스키 옥스퍼드 대학교수는 “이 단어의 유행은 현재 우리가 처한 시대적 증상”이라며 “SNS에 대한 불만과 불안을 포괄적으로 표현하는 데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어린이·청소년의 스마트폰 및 SNS 중독이 심각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만 10~19세) 10명 중 4명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다. ‘쇼츠’(짧은 동영상) 이용자 중 23%는 이용 시간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 유·아동(만 3~9세)도 4명 중 1명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속해 있다. 그런데도 국내에선 관련 정책이나 입법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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