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학생들 尹 공개 비판 연설
대구선 여성들 대자보챌린지 확산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과 탄핵 표결에 불참한 여당 의원들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가 전국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다. 특히 보수 텃밭 지역에서 들불이 거세다. 부산에서는 이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한 여고생이 등장해 화제다. 대구에서는 한 20대 여성이 만든 대자보가 챌린지로까지 이어졌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국민의힘 불참으로 무산된 다음 날인 지난 8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거리 일대에서는 윤석열 정권 퇴진 비상부산행동 측이 주최한 대규모 집회가 진행됐다. 주최 측 추산 1만여명의 시민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며 정권 퇴진을 촉구했다.
이날 많은 학생들이 마이크를 든 채 단상에 올라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연설을 진행했다. 자신을 ‘부산 토박이’이자 ‘부산의 딸’이라고 소개한 여고생 A(18)양의 발언이 현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A양은 “지금 막 걸음마를 뗀 사촌 동생들과 남동생이 먼 훗날 역사책에 쓰인 이 순간을 배우며 자신에게 물었을 때 부끄럽지 않게 당당하게 그 자리에 나가 말했다고 알려주려고 이 자리에 나왔다”며 “교과서에서 말하는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 현 정권을 보고 5개월 전 학교에서 민주주의에 대해 배웠던 저와 제 친구들은 분노했다. 대통령이 고3보다 삼권분립을 모르면 어떡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국민의힘 의원들 105명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A양은 “우리나라에서 보수의 의미는 이미 문드러진 지 오래다. 국민의힘은 더 이상 보수주의 정당이 아니다. 반란에 가담한 반민족 친일파 정당일 뿐”이라며 “여당 대표 한동훈은 자신이 한 말을 지켜라. 당신들이 말하는 질서 있는 퇴진의 결과가 국회 퇴장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의 배신자가 되는 것이 아닌 국민의 배신자가 되는 것을 선택했다”며 “지금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대체 무슨 자격으로 배지를 달고 서울에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 “시민들이 정치인들에게 투표 독려하는 나라가 세상천지 어디에 있냐. 당신들이 포기했던 그 한 표는 우리 국민이 당신들을 믿고 찍어준 한 표 덕분이다. 왜 그 한 표의 무거움을 모르느냐”고 지적했다.
또 윤 대통령을 향해서 “국민의 목소리가 당신에겐 괴담이냐. 대국민 담화 2분, 아이돌 영상통화냐. 2분이면 컵라면 하나도 못 끓여 먹는다”며 “우리가 공포에 떨었던 3시간 동안 대통령이란 작자는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끝으로 “저와 제 친구들은 5.16 군사정변을 겪지 않았으나 2014년 세월호를 겪었으며 5.18 민주화운동을 겪지 않았으나 2022년 이태원 참사를 지켜봤다”며 “함께 역사를 바로잡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그 길이 우리의 미래이자 우리의 이름”이라고 강조했다.
A양의 연설이 담긴 영상들은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유튜브 채널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가 ‘K-딸, 부산의 딸 기성세대를 반성하게 만든 감동 연설’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A양 영상은 12일 현재 약 120만회의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해당 발언 이외에도 윤 대통령 탄핵 집회에 등장한 다양한 대자보 문구 등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TK 콘크리트는 TK 딸이 부순다’는 내용은 여성들 사이에서 챌린지로까지 확산됐다.
앞서 탄핵소추안이 부결된 지난 7일 대구 동성로에서도 시민 2만명이 모여 탄핵 집회를 진행했다.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20대 여성 B씨는 직접 쓴 대자보를 들고 등장했다.
B씨는 “우리는 보수의 텃밭이 아니다! 알량한 권력과 이익을 지키기에 급급한 집단을 민의의 대변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 계엄 해제 표결에 불참한 TK 지역구 의원 23인. 오늘(7일) 탄핵소추안 표결에 반대할 TK 지역구 의원들. 당신들의 이름을 잊지 않겠다. 수치도 양심도 모르는 당신들을 대신해 당신들의 몫까지 부끄러움과 죄스러움을 느껴온 TK의 딸이 말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보수의 심장은 늙어 죽을 것이다. 보수에는 미래가 없다. 내 아버지의 표는 내 표로 상쇄될 것이다. 내 어머니의 지지는 내 목소리에 묻힐 것이다. 부모와 상사의 표를 무효로 만드는 길에 내 자매와 동료와 친구들이 함께할 것이다. TK의 콘크리트는 TK의 딸들에 의해 부서질 것이다. 몇 년이 걸려도 반드시 부서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퍼지면서 대구·경북에서는 ‘TK 콘크리트, TK 딸이 부순다’ 챌린지가 이어지고 있다. 박정희 더불어민주당 대구 북구갑 지역위원장도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내용을 쓴 종이를 들고 찍은 여성들의 사진을 여러 장 올렸다. 그는 “시간은 우리의 편이다. 그래, 우리 TK 딸들의 힘으로 벽을 넘어설 것이다. 세대를 넘나드는 딸들의 염원이 여기(대구·경북)를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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