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MBC 이승섭 기잡니다. ”(기자)
“질문하면 왜곡하는 MBC에는 답을 안하겠습니다.”(이장우 대전시장)
이장우 대전시장이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전MBC 기자의 질문을 일방적으로 거부하면서 ‘언론 입틀막(입을 틀어막는다)’ 논란이 일고 있다.
이장우 시장은 이날 오후 대전시청 브리핑룸에서 연 신년 기자회견에서 2025년 시정 주요 업무계획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대전MBC 기자의 질문을 듣지도 않고 끊었다.
손을 들어 발언권을 얻은 기자가 본인 소개를 한 후 “정국 관련해서 하나 더 여쭤보려고 한다”고 운을 떼자 이 시장은 “MBC는 그런 얘기하면 계속 왜곡해가지고, 질문하면 왜곡해서….”라며 질문을 잘랐다.
기자가 “그대로 답변해주시면 될 거 같은데, 질문을 해도 될까요?”라고 재차 질문을 이어가자 이 시장은 “MBC에는 답을 안하겠다. 아 됐다. 답하면 왜곡할건데, 답하면 뭐합니까, 안하는 게 낫지”라고 거부했다.
40여초간 이 시장이 기자의 질문을 지속 뭉개자 기자는 질문을 멈췄다. 이 시장은 고개를 돌렸고, 대전시 대변인은 다음 발언권자 신청을 받았다.
이 시장의 대전MBC 질의 거부는 지난달 대전MBC가 보도한 ‘이장우 시장의 12·3 비상계엄 선포 행적’ 보도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지난달 12일 대전MBC는 “이장우 시장이 12·3 비상계엄 선포 후 긴급회의를 행정부시장에 맡긴 후 언론에 ‘당시 집에 있었다’고 답했으나, 오히려 논란을 부추기고 시민 안전을 내팽겨쳤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도를 했다.
입틀막을 당한 기자는 세계일보에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장우 대전시장에게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가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수사, 체포영장 중단 촉구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려 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브리핑이 끝난 후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 입장을 보면 형법상 내란죄를 뺀 탄핵 소추에 대해 국회 재의결을 주장했는데, 이 시장은 계엄 선포 이후 민생안정이 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속 강조했다. 그러나 협의회의 이같은 입장이 오히려 국민 혼란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추가 질의에 “입장문으로 대신하겠다”고 갈음했다.
이 시장의 ‘언론 입틀막’에 대해 지역시민단체는 ‘언론탄압이자 시민 알권리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내란범죄자인 윤석열의 기자회견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언론사 질의 거부와 닮아있다”며 “비판적인 의견에는 귀를 닫고, 소통하지 않는 권위주의적이고 구시대적인 행태이며, 조직적으로 언론을 선택한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정 언론사 질문 거부행위를 즉각 사과하고 언론 자유와 시민 알 권리 보장을 위한 책임있는 조치, 시장직에 걸맞은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도 논평에서 “이장우 시장은 언론이 가진 비판과 감시의 역할을 부정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에 대해 ‘왜곡’, ‘악의적’이라는 낙인찍기를 통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면서 “시장의 권력을 이용해 언론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행태는 명백한 언론탄압으로 권력 남용이자 ‘시민의 알 권리’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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