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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끈한 우거지 된장국 한입 뜨면… 구수한 정에 반하다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입력 : 2025-01-11 11:30:00 수정 : 2025-01-11 11: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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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국밥전문 ‘소문난집’

낙원상가 인근 국밥집 60년 한자리
한 그릇 3000원… 송해 선생 단골집
부드럽게 익은 우거지와 하얀 두부
밥 말아 깍두기와 먹으면 추억 ‘솔솔’
튀기 듯 익힌 계란프라이와 환상 궁합
무청 등 말린 시래기 건강에도 최고
큰 솥 가득 끓고 있는 우거지탕의 냄새에 이끌려 가게로 들어간다. 60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3000원짜리 국밥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그 맛이 정겹다.

 

소문난집 한상

◆인사동 소문난집

날씨가 추워지기 전 대한민국 명장전 전시회를 보기 위해 오랜만에 인사동을 들렀다. 나라에서 인정하는 ‘명장’은 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한 예술인, 기술인들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직위이다. 그런 명장들이 1년에 한 번씩 전시회를 여는데 이번엔 인사동에서 그 전시회가 열렸다. 도자기, 칠기, 한복뿐만 아니라 음식까지 현역 명장들의 기백을 충분히 느낄 수가 있었던 명장 전시회는 오랜만에 인사동을 찾기에 좋은 명분이었다.

명장전의 전시회를 관람하고 인사동 거리로 나왔다. 대학생 때 요리대회에 사용할 그릇들이나 작은 오브제를 찾으러 종종 왔던 인사동은 그 오랜 세월 동안에도 신기하게 변하지 않아 옛 모습을 간직한 곳이 많다. 인사동 너머 삼청동은 예전에 좋아했던 프렌치 레스토랑 ‘몽마르뜨’가 있어 정말 자주 찾던 곳이다.

인사동 소문난집

이른 아침임에도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보였다. 거리를 한 바퀴 느긋하게 걷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오랜만에 찾은 동네이다 보니 혼자 먹을 만한 곳이 보이지 않았다. 그냥 발길을 돌려 종로3가역으로 가는 길 낙원상가 너머 한 국밥집이 눈에 들어왔다. 송해 선생의 이름이 걸려 있는 국밥 전문 ‘소문난집’이다. 지금처럼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없던 어린 시절, 일요일이면 부모님과 함께 봤던 TV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만큼 유쾌하고 따뜻했던 방송이 있었을까. 1990년대에 유년 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일반인들의 숨은 끼를 볼 수 있었던 전국노래자랑의 MC를 맡았던 송해 선생을 싫어하는 이가 없을 것 같다. 그의 단골집이라고 떡하니 쓰여 있느니 가히 마케팅으로는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일 낮의 가게는 조금 한산했다. 60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소문난집은 아직도 가격이 3000원이다. 오래된 세월이 느껴지는 나무 원탁에서 오는 중후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는 나도 모르게 낙원상가에 녹아들게 만든다. 외국인 직원이 단골손님인 듯 나이 지긋한 어르신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음식을 나르고 있는 모습이 참 정겹게 다가오며 역시 관광지 인사동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문난집 국밥

◆소문난집 국밥

소문난집의 추가 메뉴인 계란프라이는 2개에 2000원이라 국밥과 함께 계란프라이를 안 시킬 수 없다. 자리에 앉아 주문하자마자 음식이 나왔다. 입구에서 본 큰 솥에서 몽글몽글 끓이던 국을 그릇에 바로 담아 상에 내주었다. 멀겋게 담긴 우거지탕 그릇에서 옛날 할머니가 끓여주던 우거지 된장국의 냄새가 났다. 그릇을 한 번 휘휘 저어보았다. 부드럽게 익은 우거지 사이에 하얀 두부가 두 개 들어 있었다.

3000원짜리 국밥에 무엇을 바라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면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이 맛은 뭐지 싶은 감칠맛이 입안에 맴돌았다. 일단 내가 아는 인공 조미료의 맛은 아니었다. 푹 끓여낸 부드러운 우거지는 이 국물 맛을 한층 더 깊게 우려내는 듯했다. 국물을 몇 번 더 떠먹어본 뒤 국에 밥을 말았다. 따뜻하게 적당한 온도의 국밥은 옛날 어머니가 한 솥 끓여 놓은 우거지 된장국에 뜨거운 밥을 금방 말아 먹는 느낌이 났다. 국밥보다 늦게 나온 계란프라이는 센 기름에 튀긴 듯 익혀 밥반찬으로 딱 맞다. 곁들여준 양념 색이 많지 않은 깍두기는 이곳 우거지 국밥에 맞게 양념이나 간이 세지 않았다. 새콤한 맛이 강해 우거짓국의 진한 맛을 개운하게 해주기엔 안성맞춤이다. 나도 모르게 비워버린 빈 그릇을 보며 한 그릇을 더 먹어야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술을 먹지 않는다면 식사는 15분이면 가능할 정도로 음식이 빨리 나오고 간편하며 또 멈출 수 없게 맛이 좋았다. 언젠가 나중엔 가격이 오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시대에 3000원이라니 정말 집 근처에 있다면 일주일에 서너 번은 방문하지 않을까 하는 곳이었다.

 

◆우거지와 시래기

우거지는 푸성귀를 다듬고 남은 겉대를 뜻한다. 푸성귀 중 배추를 가장 많이 먹기에 흔히 배추의 겉대를 손질한 것을 우거지라고 하고, 무청을 말려 낸 것을 시래기라 하지만 배춧잎 같은 푸성귀나 무청 말린 것을 모두 시래기라고도 할 수 있다.

날씨가 쌀쌀해지는 시골 마을을 걷다 보면 집집마다 이 무청이나 배춧잎을 말리는 정겨운 풍경을 볼 수 있다. 나의 시골집도 겨울이면 어머니가 푸성귀나 무청을 소금물에 데쳐 물기를 뺀 후 처마 아래 빨랫줄을 걸어 시래기를 널었다. 새벽녘 이슬에 얼어 고드름이 맺혀 있는 시래기와 굴뚝 위 모락모락 올라오는 연기는 겨울 아침에만 볼 수 있는 명화다. 시래깃국을 끓이는 날에는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된장 조금 풀어 멀겋게 끓여낸 시래깃국 한 그릇이면 된다.

시래기는 여러 요리에 활용된다. 시래기 자체가 주인공인 시래기밥이나 시래기 된장국부터 코다리찜 같은 매콤한 요리, 감자탕 같은 해장국에 감초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며 또 고등어나 꽁치 조림 같은 생선 요리에서는 비린 맛을 제거해준다. 시래기에는 비타민 A, C, K와 같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며 식이섬유가 많아 소화 기능을 촉진하는 데 효과적이다.

 

소고기 우거지 리소토 만들기

<재료>

우거지 80g, 밥 150g, 된장 30g, 소고기 부챗살 80g, 새송이버섯 30g, 마늘 30g, 닭육수 300mL, 그라나 파다노 치즈 20g, 생크림 30mL, 버터 30g, 소금 약간

<만드는 법>

① 팬에 버터를 두르고 다진 우거지와 슬라이스한 마늘, 손질한 버섯, 부챗살을 순서대로 볶아준다. ② 소금간을 한 뒤 밥을 넣어준다. ③ 닭육수를 넣고 끓으면 된장을 풀어준다. ④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넣고 버무리다 생크림을 넣어 마무리한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 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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