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금지법’ 시행 대비 잠재 선택지
엑스에 매각… 공동경영 시나리오 나와”
中 고위급서 포괄적 논의 차원 검토설
中 학계선 “머스크 對中정책 영향 미미”
중국 당국이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내 서비스 금지에 대한 대안 중 하나로 틱톡의 미국 사업을 일론 머스크(사진)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현지시간)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내에서 ‘틱톡 금지법’이 시행될 경우에 대비해 중국 당국이 이 같은 방안을 잠재적 선택지로 두고 평가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틱톡이 모회사 바이트댄스 소유로 남아있기를 강력히 원하지만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 중이다. 소식통들은 이에 따라 중국 고위 당국자들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와 어떻게 협력할지와 관련한 포괄적 논의 차원에서 틱톡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에 일등 공신으로 꼽히는 머스크 CEO는 미국 정부 구조조정을 위해 신설된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 예정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중국 강경파가 포진한 상황에서 중국에 테슬라 생산 공장을 둔 머스크는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만큼 관세 등의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상을 앞둔 중국 측이 틱톡 매각을 화해의 장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시나리오 중 하나는 머스크 CEO 소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가 틱톡을 지배하고 양측이 공동 경영하는 방안이다. 머스크 CEO 입장에서는 1억7000만명 이상인 틱톡의 미국 내 사용자를 활용해 엑스의 광고 유치에 나설 수 있고, 본인 소유의 인공지능(AI) 업체 xAI도 틱톡에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소식통들은 이런 논의가 초기 단계이며 당국자 간에 합의가 이뤄진 것도 아니라고 전했다. 바이트댄스 측이 해당 논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머스크나 바이트댄스·틱톡 사이에 관련 이야기가 오갔는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소식통들은 중국 당국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황금주’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틱톡의 운명이 바이트댄스의 손에만 달린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황금주는 기업의 핵심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이다. 틱톡 측은 황금주가 중국 내 계열사인 더우인에만 영향을 끼친다는 입장이지만 중국 당국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해외 매각을 막고 있으며, 틱톡이 추천 엔진 등을 매각하려면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난해 4월 미 의회를 통과한 틱톡 금지법은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바이트댄스가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으면 19일부터 미국에서 틱톡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틱톡은 미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 모두 법에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고, 이후 틱톡은 미 연방대법원에 법 시행을 중단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인용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한편, 머스크 CEO가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왕지쓰(王緝思) 교수는 “중국에 대한 한 사람의 태도를 미국의 전체 정책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이날 전했다. 왕 교수는 머스크 CEO의 테슬라는 중국 전기차 업체와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상황이 복잡한 만큼 중·미 관계에 대한 희망을 한 사람에게만 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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