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발부되자, 판사 찾아 건물 7층까지 올라간 지지자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진행된 서울서부지법의 상황을 전날부터 시간대별로 정리했다.
윤 대통령이 18일 오후 2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면서 법원은 지지자로 추정되는 이들로 둘러싸였다. 출석 의사가 밝혀지기 전 이날 오전 11시쯤 집회 인원은 100여명 수준이었다. 이들은 법원 바로 옆인 서울 마포구 공덕소공원에 모여 “대통령을 석방하라”며 법원이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출석 사실이 알려지자 지지자들은 급격하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1시54분쯤 윤 대통령을 태우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출발한 호송차량이 서부지법에 도착했다. 파란색 법무부 호송차량과 경호 차량은 정문을 지나 곧장 법원 내부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호송차량이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한 뒤엔 경호 차량으로 보이는 검은색 승합차가 지하주차장 출입구를 막았고 바리케이드도 설치됐다. 법원 현관에는 미리 포토라인이 설치됐지만, 윤 대통령은 이곳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지 않고 바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갔다.
오후 2시부터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시작됐는데, 법원과 가장 가까운 뒤편 골목길인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14가길은 태극기와 성조기, ‘대통령 석방’ 손팻말과 경광봉을 든 지지자들로 가득 찼다. 일부 지지자는 월담해 법원 내부로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법원 내부에서 월담 시도자를 막기 위해 경찰이 달려가는 장면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오후 5시20분, 20분간 휴정할 만큼 영장실질심사는 길어지고 있었다. 오후 5시24분쯤 첫 월담자가 발생했다. 한 중년 남성은 서부지법 후문 담장을 넘어 청사 부지로 침입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 남성은 “빨갱이가 죽든 내가 죽든 끝장을 보겠다”며 “대통령님을 구속하려 하고 나라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고 소리 질렀다. 이어 “공산주의에 맞서서 우리 대통령님을 지키고, 우리나라를 지키고, 우방국들을 지켜야 한다”고 외쳤다.
날이 어두워 법원 울타리 경계가 느슨해지자, 월담자가 10명 넘게 추가로 발생했다. 오후 6시20분쯤 윤 대통령 지지자로 보이는 이들 16명이 법원에 담치기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법원 곳곳에서 경찰이 현행범으로 체포한 이들에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소리가 들렸다.
월담자 대부분이 20·30대로 보였다. 그중 한 명은 경찰이 다른 곳을 보는 틈을 타 도망치기도 했다. 도주 중 지하주차장 지붕 위로 올라가는 아찔한 장면이 목격됐다. 이 남성은 금방 경찰에 다시 붙잡혔다.
오후 6시50분 윤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가 종료됐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들이 곧 법원 청사에서 나와 차량에 탑승한 채 대기했다. 이어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법원으로 들어갔다.
오후 7시35분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다시 법원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윤 대통령이 탑승한 법무부 호송차량이 지하주차장에서 나와 경호 차량과 함께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법원 정문 앞에서 번쩍이는 호송차량 경광등을 본 시위대는 “이제 나온다”며 “윤석열! 윤석열!”이라고 외쳤다. 호송차량이 이미 지나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쉬워하는 지지자도 있었다. 윤 대통령이 법원을 빠져나가고 경찰의 해산 유도에 법원 앞 인파가 정리되는 분위기였지만, 여전히 적잖은 지지자들이 법원 앞에 남아 “영장기각”을 외치며 시위를 이어갔다.
오후 8시쯤 영장심사를 마치고 공수처로 복귀하던 검은색 승합차 2대가 시위대에 의해 둘러싸였고, 일부 시위대의 공격으로 타이어 바람이 빠지는 등 차량 일부가 훼손됐다. 비슷한 시각 법원을 나가는 기자들을 향한 공격도 있었다. 서부지법에서 공덕역으로 가는 방면 길목에서 일부 시민이 “저기 MBC다!”라고 하자, 시민들이 몰려들며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은 MBC 기자로 추정되는 여성 한 명을 데리고 경찰 버스 안으로 급히 데려갔다.
19일 오전 3시쯤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법원 앞에 남아 있던 시위대는 극도로 흥분했다. 법원을 향해 온갖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차은경 부장판사와 그의 가족을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오전 3시21분쯤 일부 지지자들은 법원 후문에서 경찰 저지를 뚫거나 담을 넘어 침입해, 경찰로부터 빼앗은 방패나 플라스틱 의자 등으로 법원 유리창을 마구 깨부수며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이들은 경찰 방패나 경광봉으로 경찰관을 폭행하고 소화기를 뿌리기도 했다.
오전 3시26분쯤 불법 침입한 시위대는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차 판사를 찾겠다며 7층에 있는 판사 사무실까지 진입해 수색했다. 소화기로 방화유리문을 부수고 사무실 진입을 시도했다.
난입 11분 만인 오전 3시32분쯤 경찰이 법원 내부로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면서 시위대 진압이 시작됐다. 난입 장면을 모두 생중계로 찍던 유튜버는 자신이 현행범 체포되는 장면마저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경찰에 검거되자 “(나는) 딸려 들어왔다”고 했다.
19일 오후 기준 전날부터 법원 인근에서 체포된 사람은 총 87명이다.
전날 법원 일대에 많은 인파가 몰리며, 인터넷이 잘 터지지 않는 현상도 벌어졌다. 경찰 비공식 추산 인원은 최대 4만4000명에 달했는데, 질서 유지를 위해 출동한 경찰 1만2000~3000여명과 뒤엉켰다. 많은 인파로 전날 오후 4시8분부터 17분까지 약 9분간 서울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 무정차 통과가 이뤄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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