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반환보증 기준 강화, 전세가율 하락에 영향 미친 듯
서울 강서구 소재 A빌라의 작년 매매가는 3억 원, 전세가는 2억 5000만 원으로 전세가율이 약 83% 수준이었다. 올해 해당 빌라의 매매가는 3억 5000만 원으로 상승했지만, 전세가는 2억 7000만 원으로 비교적 소폭 상승에 그쳐 전세가율이 약 77%로 하락했다.
서울 빌라 시장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비(非)아파트 시장이 바닥을 치고 반등하면서 빌라 매매·전세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매매가격 상승폭이 더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매매 수요 증가와 함께 매도인들이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경향이 이러한 현상을 유발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27일 한국부동산원의 임대차 시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연립·다세대(빌라)의 평균 전세가율은 65.4%로, 1년 전보다 3.1%포인트 하락했다. 서울 빌라 전세가율은 2022년 12월 78.6%에서 2023년 12월 68.5%로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전세가율 하락은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줄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깡통전세'로 분류되며, 이는 집값이 하락하거나 집주인이 집을 처분해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일부 전세사기 사례는 전세금이 매매가보다 높은 경우도 있어 위험성을 더한다.
2023년 상반기 서울 빌라 전세가율은 5월 72%로 높은 수준을 보였으나, 6월부터 하락세로 전환되어 10월에는 64.5%까지 떨어지며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은 최근 3개월간 매매·전세 실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월 전세가율을 발표하고 있다.
전세가율 하락은 빌라 매매가격 상승폭이 전세가격 상승폭을 넘어선 데 기인한다. 빌라 전세가격은 전세사기 여파로 인한 '월세 선호 현상'과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요건 강화로 인해 상승세가 제한되고 있다.
서울 연립·다세대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8개월 연속 상승했지만, 누적 상승폭은 0.63%에 그쳤다. 연립·다세대 매매가격지수는 2023년 한 해 동안 1.03% 상승하며 전세가격 상승폭을 웃돌았다.
서울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강서구(74.3%), 영등포구(73.7%), 송파구(73.0%)였다. 용산구(46.1%), 중구(57.0%), 노원구(59.8%)는 가장 낮았다.
경기 지역 빌라 전세가율은 2023년 12월 69.4%에서 67.5%로 1.9%포인트 하락했으나, 인천은 같은 기간 76.7%에서 80.2%로 상승해 대조를 보였다. 전국적으로 전남 광양(88.9%), 경기 파주(86.1%), 인천 미추홀구(85.4%) 등 일부 지역은 여전히 80%를 초과하는 높은 전세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빌라 월세는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 서울 연립·다세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의 월세는 평균 73만 원으로, 전월 대비 4.4% 하락했으나 2023년 연간 기준으로는 1.32% 상승했다. 중랑구의 평균 월세는 93만 원으로 전달보다 11.4% 상승하며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도봉구는 전달 대비 월세가 27만 원(32.7%) 급락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세보증금은 평균 1억9977만 원으로 조사 이래 처음으로 2억 원을 밑돌았다. 전세보증금이 가장 많이 상승한 곳은 도봉구로, 11월 1억1050만 원에서 12월 1억4979만 원으로 35.6%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 반환보증 기준 강화가 전세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분양업자 입장에서도 전세가율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임차인이 입주를 꺼려 분양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낮아지는 흐름이 나타났다는 견해도 있다.
서울의 전세 시장은 매매가 상승과 월세 선호 현상, 보증 기준 강화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변화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시장 동향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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