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12월,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가 노벨문학상을 받자 시끄러웠다. 대표작 ‘관객모독’(희곡)과 ‘베를린 천사의 시’(시나리오) 등으로 유명한 거장이지만 1990년대 유고 내전 당시 세르비아계의 ‘인종학살’을 옹호한 전력이 문제가 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문학상은 문학적·미학적 기준을 바탕으로 수여되는 것이지 정치적인 상이 아니다”라며 한트케의 수상 자격 시비를 일축했다.
# 2020년 2월, 프랑스 영화계 최대 축제인 세자르 시상식. 명작 ‘차이나타운’, ‘피아니스트’ 등을 연출한 원로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배우 아델 에넬이 “이것은 수치”라고 소리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당시 폴란스키 감독은 아동 성폭행 등 여러 건의 성범죄 혐의로 논란이 됐다. 페미니즘 단체와 활동가들은 시상식장 앞에서 그를 규탄하고 수상을 비판하는 시위를 열었다. 반대로 “예술사는 위대한 예술가이기도 했던 비열한 작자들로 가득 차 있으며, 도덕이 창작에 끼어들 여지가 없다”(프랑스 소설가 피에르 주르드)는 등 폴란스키 감독을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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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를 막론하고 작가와 작품의 도덕성(윤리)을 둘러싼 문제는 격렬한 논쟁거리 중 하나다.
문학뿐 아니라 연극·영화·미술·음악·무용 등 예술계 전반에 뜨거운 감자다. 신간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지젤 사피로/원은영 옮김/이음/1만8000원)는 윤리적·법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예술가가 내놓은 창작물이나 그의 활동·복귀 등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좋을지 다양한 측면에서 조명한다.
어떤 예술가의 부적절한 행적이 도마에 오를 경우 가시 돋친 비난과 말싸움 대신 건강한 토론으로 접근해보자는 취지가 녹아 있다. 문화 매개자와 소비자 등 예술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지 혼란스러운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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