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신의 웹사이트를 체크하는 것은 국제부 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일상이다. 아침은 물론 하루 일과가 끝난 뒤 집에서도 버릇처럼 외신이 자사 웹사이트에 주요하게 배치한 뉴스를 훑어보곤 한다. 그럴 때 컴퓨터 화면 뒤를 지나가던 8살 딸아이가 종종 물어볼 때가 있다. “아빠. 이거 한국 사람이야? 이 사람들 뭐하고 있는 거야?”
뉴스에 물려 있는 사진을 보고 하는 말이다. 아빠가 보는 꼬부랑글씨 가득한 화면에 익숙한 느낌의 얼굴이 나오니 물어보는 말일 거다. 물론 대부분은 중국이나 일본 사람이다. 미국이나 유럽 외신의 아시아에 대한 관심은 그 정도다.
그런데 요즘은 한국인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겨울 이후 한국에 펼쳐지고 있는 정치적 격랑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비슷한 구도의 사진을 여러 외신에서 볼 수 있다. 바로 거리에 나선 우리 국민이다. 사진상으로도 한기가 느껴지는 혹한의 거리에서 열정적으로 민주주의를 외치는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이 최근 외신에서 다루는 가장 주요한 한국의 모습이다.
대신 이번 정국의 시작점이 된 대통령의 얼굴은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사진이 주가 되는 한국 언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심지어 베네수엘라의 독재자인 니콜라스 마두로나 아르헨티나 대통령인 하비에르 밀레이 등 논란의 인물들보다도 취급이 좋지 않을 정도다.
신문을 줄곧 읽어온 사람이라면 이런 사진의 노출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잘 알고 있다. 기사를 쓰고 보도하는 기자와 언론사의 핵심 관심사가 사진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들이 해당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과 방향성 전체가 사진 한 장을 통해 드러나기도 한다. 사실, 제3자인 외신들이 한국의 정치적 격랑을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바라볼 이유가 없다. 그럴 법도 한 것이 시야를 세계 전체로 넓혀보면 국가 지도자에게서 비롯된 정치적 논란은 그다지 특이할 것도, 눈에 띌 것도 없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남미나 아프리카에서는 정치인들로 인해 더 끔찍한 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시시각각으로 일어난다.
그러나 이런 격랑을 극복하는 모습은 그들이 봐도 특별해 보였나 보다. 국민이 정치인들에 맞서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심지어 평화적인 방법으로 사회를 바꿔나가고 있으니 어찌 놀랍지 않을까. 국민이 자신들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달성해낸 국가들은 서구에도 제법 많지만 이런 방식은 그들이 보기에도 너무 놀랍기에 시선을 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현재 외신의 시선은 온통 한국 국민에게 쏠려있다. 특별한 일들을 해내고 있으므로.
아직 한국의 정치적 격랑은 현재진행형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어떤 결론을 낼지는 아직도 결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딸아이가 물어보는 외신 웹사이트 속 사진들의 의미를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아직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다만, 적어도 한국이 세계가 지켜보는 참 대단한 국민이라는 것 정도는 이야기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서 빨리 한국 사회가 안정을 찾은 뒤 기분 좋게 아이에게 설명을 해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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