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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에 관세 폭탄 현실화 우려… ‘사면초가’ 몰린 수출中企

입력 : 2025-02-07 06:00:00 수정 : 2025-02-07 08: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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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 곳곳서 위기감 고조

美, 멕시코 등 관세인상 실시 땐
대기업 하청인 中企수출 큰 지장
환율 상승 부담도 떠안을 가능성
높아진 원자잿값 부담도 여전해

성장률 둔화·무역분쟁도 악영향
美 보편관세 땐 수출 21.6% 급감
“정부, 저리융자 등 지원방안 절실”

“고환율에 관세 폭탄까지… 우리 같은 수출 중소기업들은 버텨낼 재간이 없습니다.”

플라스틱 설비 수출 제조업체 임원 최모(45)씨가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긴 한숨을 내쉬며 한 말이다.

 

서울 도심 기업 빌딩들의 모습. 뉴스1

그가 몸담은 회사는 5년째 멕시코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에 플라스틱 압출기 부품을 수출 중인데,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뒤 촉발된 글로벌 관세 전쟁의 불똥을 맞아 사업 지속성이 불투명해졌다. 매일 널뛰기 중인 환율도 수입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려 어려움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최씨는 “(관세가) 유예됐지만 한 달 뒤 관세가 실제로 시행되면 원청업체가 물량을 줄이거나 아예 사업을 종료할 경우 우리는 수출에 막대한 차질을 빚는다”면서도 “중소기업은 트럼프와 대기업 두 곳의 결정이 난 뒤에야 어떻게 할지 결정할 수 있는 신세라 당장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과 함께 ‘통상 전쟁’이 본격화하며 수출 중소기업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최근 시작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에 심대한 타격이 예상되지만 딱히 대응책을 찾을 수 없는 까닭이다. 여기에 12·3 비상계엄 사태 뒤 치솟은 환율 탓에 원자재값 부담까지 커지며 중소기업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이날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중소기업 10대 이슈와 대응방향’ 보고서도 올해 중소기업은 당면할 주요 경영환경으로 경제성장 둔화, 국가 간 무역분쟁 격화, 기술 격차 심화 등을 꼽았다. 특히 보고서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보호무역주의가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수입 원가 상승이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유예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조치가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일이며, 5일에는 중국에 대한 보편 관세+10% 관세 부과가 시작됐다.

한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에서 예외 대접을 받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이 경우 수출 중소기업 피해가 막심해진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미국이 보편 관세를 부과 시 국내 중소기업의 대미 수출액이 현재보다 21.6%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멕시코 진출기업은 더욱 좌불안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멕시코에 다수의 중소·중견기업이 진출해 있다. 이들 중엔 최근 1∼2년 새 공장을 세운 곳도 적지 않다. 멕시코의 저렴한 인건비 등을 고려해 원청업체인 대기업을 따라 진출해 거액을 들여 공장을 세웠지만 1∼2년 만에 관세 폭탄을 견뎌내거나, 국내로 다시 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대기업은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거나, 관세가 없는 다른 해외 사업장으로 생산량을 일부 옮기는 식으로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지만 이들에 종속적인 중소기업의 경우는 독자 판단이나 선제 대응이 쉽지 않은 게 더 큰 문제다. 중소기업계 일각에선 납품단가에 대한 협상력이 떨어지는 업계 특성상 관세와 환율 상승 시 불이익을 대기업 대신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장은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경제학)는 “지금 미국의 재무 및 경제 상황, 자동차 산업 특성 등을 고려할 때 멕시코와 관세 전쟁을 하더라도 오래 끌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 기간을 중소기업들이 버틸 수 있도록 정부가 저리 융자를 지원하는 동시에 신시장 개척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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