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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스라엘, 전쟁 마무리 땐 美에 가자지구 넘길 것”

입력 : 2025-02-07 06:00:00 수정 : 2025-02-07 08: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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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악” 폭탄발언 거센 후폭풍

“미군은 없어도 될 것” 입장 바꿔
“신중히 재건… 가장 위대한 개발”

백악관선 ‘가자 구상’ 옹호·해명
그린 민주 하원의원 “탄핵안 발의”
가디언 등 “국제법 위반 소지” 지적

가자지구 ‘장악’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전쟁이 마무리되면 이스라엘이 미국에 가자지구를 넘길 것”이라며 “미군은 없어도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넘기고 난 뒤엔 “가자지구를 신중히 재건할 것”이라며 “가장 위대한 개발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미국 군인이 갈 수도 있다”고 했던 전날 발언과 달리 다시 “미국 군인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군이 갈 수 있다는 발언은 전쟁 가능성을 연상시켜 거센 비난이 나오던 차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를 미국이 “점령(take over)”하고 “소유(own)”할 것이며 “팔레스타인인들은 더 안전하고 아름다운 공동체에 새집을 갖고 정착할 것”이라고 했다. ‘소유’권과 ‘개발’ 같은 말로 가자지구 문제를 중동에서의 외교 문제가 아니라 부동산 개발 관점으로 보겠다는 뜻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 장악’ 구상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거센 논란을 불렀다.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는 한편, 논란을 해명하는데 총동원되다시피 하고 있다.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CBS방송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대담하고 신선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라고 옹호했다. 다만 미국의 대(對)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정책인 ‘두 국가 해법’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종료됐다고 언급하지 않았다며 유효하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과테말라를 방문 중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에 대해 “그것은 적대적인 조치로 의도된 것이 아니라 매우 관대한 조치이자 제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을 사전에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특사와 왈츠 보좌관 정도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정책처럼 미국의 주요 대외 정책에 국무장관을 배제하고 걸러지지 않은 자신의 구상을 바로 발표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정책 결정 스타일이 또 한 번 드러난 것이다.

‘미군’ 발언도 참모들은 확정적인 게 아니라고 전날부터 진화를 시도했지만 반발은 가라앉지 않았다. 하원 외교위원회 간사인 민주당 소속 그레고리 믹스 뉴욕주 하원의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 발언에 대해 “이 사람(트럼프 대통령)은 생각하지 않고 아무 말이나 한다”며 “합리적이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고 말했다. 앨 그린 민주당 하원의원은 하원 본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인종청소”라고 언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공화당 소속 랜드 폴 켄터키주 상원의원도 “우리는 미국의 재정을 어렵게 하고 군인들의 피를 흘리게 하는 또다른 점령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휴전에 합의한 가운데 5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탱크가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뉴욕타임스(NYT)는 내부 필진 칼럼을 통해 “마치 10~20년 전 ‘하워드 스턴 쇼’에서 청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던졌을 법한 발언처럼 들린다”며 “결코 대통령으로서 할 말은 아니다”라고 성토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트럼프의 구상은 보편적인 전쟁법으로 통하는 제네바협약과 국제형사재판소(ICC) 설립의 근간인 로마협약 위반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협약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하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임의적이고 영구적인 강제 이주를 범죄로 간주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가자지구 문제 해결책 모색 과정에 대해 “국제법의 기반을 고수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어떤 형태의 인종청소도 방지하는 게 필수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 비판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중동 국가들을 자극시켜 대책을 내놓게 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스라엘 매체들은 미끼를 던지거나 도발함으로써 상대를 움직여 원하는 행동을 유도한다는 의미의 중국 성어 ‘타초경사(打草驚蛇·풀을 건드려 뱀을 놀라게 한다)를 인용해 충격 요법을 통해 보다 근본적인 중동 평화 해법에 도달하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속내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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