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리비에라'를 운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로운 가자 구상으로 지금까지 진행돼 온 휴전 협상이 동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 시간) '가자의 미래에 대한 트럼프의 비전은 오늘날 전쟁의 현실을 회피한다' 제하 기사에서 이번 구상이 "휴전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모든 아이디어를 무시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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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부터 진행된 가자 전쟁은 지난달부터 두 번째 휴전에 접어들었다. 1차 휴전 14개월 만에 어렵게 이룬 성과다. 휴전 20일 차인 현재는 2단계 휴전을 위한 협상이 이뤄져야 하는 시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가자 구상은 방미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나왔다. 당초 네타냐후 총리의 이번 방미를 두고 2단계 휴전 협상에 관해 협의가 이뤄지리라는 전망이 많았다.
NYT는 그러나 두 정상이 가자 휴전 협상에 진전을 이루는 대신 "화려한 중동의 리비에라를 마련하기 위해 200만 명에 달하는 가자 주민을 이주시킨다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들고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현재의 가자 휴전 협상은 갑작스레 대중의 관심에서 밀려났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휴전 협상 진전에 관해 네타냐후 총리를 공개 압박하지 않음으로써 향후 행보에 폭넓은 선택지를 줬다는 지적이다.
이번 미국·이스라엘 정상회담을 앞두고 아직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가족들은 적잖은 기대를 보냈었다. 그러나 돌연 대중의 관심이 휴전 협상 대신 '중동 리비에라' 구상에 쏠리며 가족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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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7일 하마스에 아들을 납치당한 이딧 오헬은 "트럼프가 해온 일에 그간 감사했다"라면서도 "이제 그가 하는 말의 의미도, 어떻게 내 아들을 집으로 데려올지도 이해할 수가 없다"라고 토로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은 당초 1단계 휴전 16일째인 지난 3일부터 2단계 휴전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어야 했다. 합의가 순조로이 진행되면 잔여 인질 전부 석방과 적대행위 영구 중단으로 이어질 예정이었다.
NYT는 두 명의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 "아직 (협상 장소인) 카타르 도하에 도달한 이스라엘 측 대표단은 없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순조로운 가자 휴전 합의가 네타냐후 극우 연정을 와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 지구와 관련해 '하마스 통치·군사 역량 제거'를 우선순위에 두고 인질 문제는 2순위로 미뤄뒀다고도 지적했다. 이번 제안이 협상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도 전했다.
텔아비브대 국가안보연구소 소속 전문가인 코비 마이클은 NYT에 "트럼프가 한 일은 낡은 체스판을 치워 버리고 모노폴리(부동산 게임) 판을 깐 것"이라며 "게임의 규칙이 아니라 게임 자체를 바꿨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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