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7일 헤이룽장성 하얼빈을 방문 중인 우원식 국회의장을 접견했다. 시 주석이 지난해 12월 탄핵 정국 이후 한국의 고위급 인사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시 주석은 올해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계기 방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이날 오후 5시30분(현지시간)쯤 하얼빈 타이양다오호텔에서 제9회 동계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방문한 우원식 의장을 만났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한국 국회의장을 만난 것은 2014년 12월 시 주석이 베이징에서 정의화 당시 국회의장을 접견한 이후 처음이다.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애초 15분가량으로 예정됐던 이날 면담은 계획보다 길어진 42분 동안 진행됐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양국 주요 관심사를 서로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회담 시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면담에서 우 의장에게 “한·중 관계 안정성 유지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국회의장실은 전했다. 또 최근 한국의 계엄·탄핵 정국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내정 문제”라며 “한국인들이 잘 해결할 지혜와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또 우 의장이 올해 경주에서 열리는 에이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해 달라고 요청하자 “에이펙 정상회의에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하는 것이 관례”라며 “관련 부처와 참석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개방과 포용 정책을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으며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 시 주석은 “그동안 개혁개방과 포용 정책을 견지하며 개혁개방으로 성공한 나라로부터 경험을 배웠다”며 “특히 저장성 당서기 때 한국은 (저장성과) 인구·면적 등에서 비슷하지만 경제력에서 차이가 있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고 국회의장실은 전했다.
우 의장은 한국이 헌법·법률 절차에 따라 계엄·탄핵 정국을 대처해나가고 있다며 한국이 불안정하지 않고, 한국인에게 저력이 있는 만큼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아울러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투자 후속 협정에서의 성과 도출과 양국 교역 활성화,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 첨단 분야 협력을 기대한다며 중국 측에 한국 기업의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업 활동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또 중국의 한국인 대상 비자 면제 조치가 양국 상호 우호에 기여할 것이라면서 한국도 관련 부처가 중국인의 한국 방문 편의성 확대를 위한 조치를 깊이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 의장은 중국 내 한국 독립운동 유적지 보존과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송환 사업에서의 진전을 기대한다는 뜻도 전했다. 시 주석은 이에 몇 년 전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협조를 지시한 바 있다며 한국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국회의장실은 설명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