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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당시 서울 수복 지켜본 美 종군기자 98세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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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08 11:52:41 수정 : 2025-02-08 11:5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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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베커 전 AP 통신 특파원

6·25전쟁 당시 한국에서 미군 종군기자로 일하며 국군과 유엔군에 의한 9·28 서울 수복(收復) 현장을 취재했던 짐 베커 전 AP 통신 기자가 9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7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베커는 이날 하와이주(州) 호놀룰루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숨을 거뒀다. 과거 필리핀 마닐라, 인도 뉴델리, 하와이 등에서 AP 통신 지국장 겸 특파원으로 근무한 베커는 생애 말년에 하와이에 정착해 살았다.

 

짐 베커 전 AP 통신 기자가 지난해 5월 미국 하와이의 자택에서 젊은 시절 자신의 얼굴 사진을 든 채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베커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듬해인 1946년 군대에서 제대함과 동시에 AP 통신에 입사했다. 그가 초년병 기자 시절이던 1947년 야구 선수 재키 로빈슨(1919∼1972)의 메이저리그 데뷔 경기를 취재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첫 흑인 선수였던 로빈슨은 브루클린 다저스에 입단해 백인 동료들의 따돌림 등 극심한 인종차별 속에서도 꿋꿋이 선수 생활을 이어가 미국 인권 운동사에 이정표를 세운 인물이다. 훗날 베커는 “로빈슨의 데뷔 경기를 지켜본 관중 대다수는 선수들과 달리 로빈슨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고 기억했다.

 

1950년 6월25일 한반도에서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전쟁이 일어났다. AP 통신은 베커를 종군기자로 임명해 한국으로 급파했다. 베커는 처음에는 미 해병대 소속으로 전장을 취재했다. 그가 쓴 원고는 후송이 결정된 부상병의 호주머니에 넣어져 야전병원으로 보내진 다음 AP 통신 본사로 송고됐다. 베커는 “병원 의사나 간호사가 볼 수 있게 원고 위에 ‘가장 가까운 AP 통신 사무실로 연락을 취해주세요’라는 메모를 첨부했다”고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미 육군 원수)가 이끈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한 직후인 1950년 9월28일 국군과 유엔군은 전쟁 초반 북한군에 빼앗겼던 서울을 수복했다. 훗날 베커는 “미군 병사와 다른 종군기자 등 7∼8명과 한 배를 타고 한강을 건넌 뒤 시가지를 둘러본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짐 베커 전 AP 통신 기자가 지난해 5월 미국 하와이의 자택에서 종군기자들의 활약상에 관한 책을 펼쳐 읽고 있다. AP연합뉴스

베커가 인도에서 특파원으로 일하던 1959년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1935∼현재)가 중국 정부의 탄압을 피해 이웃나라 인도로 망명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베커가 속한 AP 통신과 경쟁사인 UPI 통신 간의 취재 다툼이 치열했다. UPI 통신이 촬영한 달라이 라마 사진이 먼저 보도되자 AP 통신 본사에선 “너희는 뭐하고 있느냐”고 질책했다. 가까스로 AP 통신이 촬영한 사진을 송고하자 본사에서 다시 문의가 왔다. ‘UPI 통신이 찍은 달라이 라마는 두발이 풍성한데 우리의 달라이 라마 사진은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으니 어떻게 된 것이냐’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베커는 “경쟁사 특파원이 달라이 라마 얼굴을 모르는 상태에서 그 옆에 있던 인도 측 통역사 얼굴을 찍어 달라이 라마라고 보내는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자칫 문책을 당할 뻔한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말해 지인들을 웃게 만들었다.

 

베커와 60년간 해로한 부인 베티 핸슨 베커는 2008년 남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베커 부부는 자녀를 낳지 않았으나 여성 3명을 대녀(代女)로 들여 부모와 자식의 인연을 맺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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