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여교사가 8세 여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은 충격적이다. 2018년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온 교사 A씨는 어제 “복직 후 짜증이 났고 교감이 수업을 못 들어가게 했다”며 불특정 학생을 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을 목적으로 흉기를 구입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을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니 모골이 송연하다. 과거 학교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경우는 있었지만, 교사가 학생을 살해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학부모들은 “아이를 학교 보내기도 무서운 세상이 됐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
문제는 A씨가 최근 수차례 이상 행동을 보였지만 교육 당국의 조치가 미흡했다는 점이다. A씨는 지난해 12월9일부터 같은 달 29일까지 우울증으로 휴직한 후 30일 복직했다. 그는 “왜 내가 이렇게 불행해야 하냐”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행동을 해 주변을 긴장시켰다고 한다. 지난 6일에는 안부를 묻는 동료 교사의 팔을 꺾고 목을 조르는 등 난동을 부린 것으로 밝혀졌다. 학교 측의 요청으로 대전시교육청은 사고 당일 사실 조사를 진행해 ‘교사 분리조치’ 의견을 냈지만, 비극을 막지 못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교육청 개입으로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고 비판했다.
대전시교육청은 2015년 9월부터 정신적 질환으로 교직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교사를 대상으로 교육감 직권으로 휴·면직을 권고할 수 있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운영해왔으나, 2021년 이후론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시 교육청의 “위원회를 개최할 사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교사 정신건강 문제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2023년 기준 초등교사 9468명이 우울증 진료를 받아 5년 새 2.3배나 늘었다. 불안 장애로 병원을 찾은 교사도 7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정신건강이 의심스러운 교사가 교단에 선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다.
유족 대표는 “정신적 문제가 있는 교사가 어떻게 담임으로 배치됐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 아이는 아무 죄도 없이 죽었다. 제2의 피해자가 안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학교는 우리 아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장소가 돼야 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17개 시도 교육감들은 오늘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한다. 교사 정신건강 관리, 돌봄 교실 등 학교안전 대책을 한층 강화해 다신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