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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회가 20일 여·야·정 국정협의회 첫 회의를 연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4인 체제의 협의회 구성에 합의한 지 42일 만이다. 동맹국이라고 봐주지 않는 미국 새 행정부의 통상 압박이 거세고 중국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놓는 가운데 국정 공백의 늪에 빠진 한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꼴이다. 한국이 처한 총체적 난국을 헤쳐 나갈 돌파구가 협의회에서 마련되길 고대한다.
협의회가 당면한 3대 현안은 추가경정예산(추경), 연금개혁, 그리고 반도체특별법이다. 그중에서도 갈수록 심각해지는 경기 침체를 막을 추경이 가장 시급한데, 민생은 도외시한 채 정쟁으로만 일관하는 여야 탓에 도무지 진척이 없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민주당은 앞서 35조원 규모에 이르는 자체 추경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13조원이 넘는 이른바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이 꼭 포함돼야 한다고 고집한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이 대표가 전에 주장한 ‘민생지원금’과 사실상 같은 것으로, 선심성 현금 뿌리기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경기도는 과거 이 대표가 지사이던 시절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도내 젊은이들에게 지역 화폐를 지급하는 ‘청년 기본소득’ 사업에 6500억원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최근 경기도가 조사해 보니 이 금액의 70%가 술집, 카페 등으로 흘러간 사실이 드러나 ‘실패한 사업’이란 결론이 내려졌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 이광재 전 의원 등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에서도 현금 살포를 놓고 “(민생지원금) 고집을 버리자”, “정신 좀 차리자”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포퓰리즘과 결별하고 정말 국가의 미래를 위한 추경 협상에 나서길 바란다.
국민의힘은 연금개혁과 관련해 민주당이 제안한 ‘선(先) 모수개혁, 후(後) 구조개혁’ 방식을 받아들여야 한다. ‘30년 뒤에는 국민연금 기금이 바닥난다’는 전망 속에 대체 언제까지 여당의 주도권 행사 타령만 할 것인가. 민주당 역시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로 제한 예외를 담은 반도체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여당과 협력해야 한다. 주요국들이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거는 마당에 한국만 뒤처진다면 이 대표가 말한 ‘먹사니즘’이나 ‘잘사니즘’ 모두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점을 민주당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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