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칩에 역대 최고 반응속도 체감
접사모드로 밥알, 딸기씨까지 포착
타사 어플보단 일어 번역 정확도 ↓
앞으로 더 기대되는 대화형 AI
복수의 앱 넘나들며 지시 수행
대화하듯 사진 검색…결과 정확
오디오 지우개 등 유용 기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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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새 플래그십 폰 ‘갤럭시 S25 울트라’(S25 울트라)를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일주일간 사용해봤다. 카메라 성능과 빠른 동작 속도는 나무랄 데 없었고, 손 안의 개인 비서 ‘에이전트 인공지능(AI)’ 기능은 더 큰 발전 가능성을 엿봤다.
S25 울트라에서 가장 먼저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디자인이다. 전작의 각진 모서리 대신 둥근 모서리가 적용돼 한층 부드러운 느낌을 줬고, 0.4㎜ 얇아진 두께는 육안으론 알아채기 어려웠지만, 기기를 쥐었을 때의 그립감은 한층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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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을 켜고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동작 속도다. 평소에 사용하는 S22 울트라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빠르고 부드러운 화면 전환을 보여줬다. 앱 가동 속도도 눈에 띌 정도로 나았다. 전작인 S24 울트라와 비교해도 속도 개선이 느껴질 정도였다.
S25 울트라의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엔 ‘갤럭시용 스냅드래곤 8 엘리트’가 적용됐는데, 앞서 안투투, 벤치마크 등 기존 성능 테스트 프로그램에서 애플의 아이폰16 프로에 적용된 AP인 A18 프로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비행기에서 후지산 능선까지 포착
일본에서 가장 유용했던 S25 울트라의 장점은 카메라와 번역 기능이다. S25 울트라 카메라는 전작에 1200만 화소였던 초광각 렌즈를 5000만 화소로 업그레이드했다. 시야각이 넓은 초광각 렌즈 특성상 탁 트인 풍경 사진을 찍을 때 진가를 발휘했다.
화질은 나무랄 데 없었다.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본 후지산을 20배 확대해 동영상을 찍었는데, 눈 덮인 산의 능선이 다 보일 정도로 선명했다. 일본 전통 코스 요리인 ‘가이세키’에 나온 게살 덮밥, 디저트 딸기 등에 렌즈를 가까이 대고 접사를 찍어보니 밥알과 딸기씨 부분이 세세하게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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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메뉴판, 상점의 포스터를 볼 때도 매번 S25 울트라를 꺼내들었다. 메뉴판을 카메라로 비춘 뒤 홈 키를 길게 누르면 바로 번역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서다. 번역된 내용이 줄글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메뉴판 양식에 맞춰 일본어가 적혀 있던 그 자리에 한글이 표기돼 주문에 용이했다. 다만 네이버의 번역 앱인 파파고와 같은 사진을 놓고 번역 정확도를 비교해보니 파파고 쪽 번역이 조금 더 높고 자세하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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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지시도 말 한 마디로 OK
AI 기능은 유용하면서도 앞으로가 더 기대됐다.
S25 시리즈부턴 제품 우측 버튼을 길게 누르기만 하면 구글의 대화형 AI ‘제미나이’를 호출할 수 있는데, 기존에 여러 앱을 켜고 수행해야 했던 작업도 말 한 마디로 지시할 수 있었다. 기존에 친구한테 강남역 맛집 3곳을 찾아 문자로 보내려면 지도 앱을 켜서 맛집을 찾고, 메시지 앱에 맛집들을 일일이 입력해 보내야 했다. 그런데 S25 울트라에선 “○○한테 강남역 맛집 3곳 찾아서 문자로 보내줘”라고 말하니 기기가 스스로 검색한 뒤 문자로 보낼 내용을 화면에 띄워줬다. “□□ 가수의 공연 일정을 찾아서 캘린더에 추가해줘”라고 말하니 구글 검색부터 캘린더 일정 작성까지 한 번에 해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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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형 지시는 앞으로 연동되는 서드파티(제3지대) 앱들이 늘어나면 유용성도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구글과 삼성 기본 앱 일부만 넘나들며 작업할 수 있어서다. “◇◇을 찾아서 △△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내줘”와 같은 지시는 아직 수행하지 못했다.
가끔 나타나는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은 앞으로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S25 울트라로 가이세키 음식을 촬영한 뒤 “이 음식들에 대해서 설명해줘”라고 지시하니 “한국의 전통음식인 김치와 김밥”이라고 대답해서다. 다만 이는 기기의 문제라기보단 생성형 AI의 태생적 한계에 해당한다.
◆나우브리프는 아쉬워… 개선 필요
S25 울트라는 제미나이 외에도 기존 AI 비서 기능인 빅스비도 동시에 제공한다. 스마트폰 내 설정을 변경하는 기능은 빅스비 쪽이 더 정확했다. 사진첩 검색 기능에서 “일본에서 찍은 사진 중 전봇대에 새들이 앉아있는 사진을 찾아줘”라고 말하니 1만장이 넘는 사진 중 의도한 하나를 정확히 골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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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시리즈에 처음 탑재된 ‘나우브리프’는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나우브리프는 아침에 눈을 뜨면 전날 밤 수면 관련 정보와 컨디션, 캘린더 앱에 입력해 놓은 일정들, 날씨 등을 정리해 한 페이지에 보여주는 기능이다.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해 시간대별로 사용자 맞춤형 정보들을 알아서 제공해주는데, 이미 첫 화면에 날씨·캘린더 위젯으로 정보를 한눈에 파악하게끔 정리해놓은 이용자라면 다시 나우브리프로 들어가 정보를 볼 이유가 크지 않았다.
일주일로는 S25 울트라가 사용자 패턴을 학습하기엔 부족해 맞춤형 정보 제공이 어려웠을 수 있다. 그러나 기기 사용 중 나우브리프에서 가장 자주 확인한 정보는 ‘오늘의 운세’ 정도였다. 이보단 더 많은 맞춤형 정보를 보여줘야 새로운 기능으로 내세울 만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향상 AI 기능 주목
삼성전자가 지난달 23일부터 운영 중인 갤럭시 S25 시리즈 체험 공간 ‘갤럭시 스튜디오’에서 가장 화제가 된 ‘오디오 지우개’ 기능도 흥미로웠다. 동영상의 배경 소음이나 주변 사람의 목소리가 같이 녹음됐을 때 AI로 음성, 자연, 군중, 소음 등 사운드를 분석·분리해 원하는 소리만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다. 실제로 소음이 큰 지하철에서 대화를 하는 영상을 찍어 기능을 적용해보니, 지하철 소음만 따로 제거해 대화 내용을 보다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리기 어시스트 기능은 아무리 대충 그린 그림도 공들인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변환해줬다. 사진 속 인물 어깨에 S펜으로 고양이 윤곽만 그려도 실제 고양이 사진을 자연스럽게 합성해줬고, 대충 그린 강아지 스케치를 털이 풍성한 강아지 그림으로 완성해줬다. ‘파란 목줄’이라는 텍스트 지시어를 추가하니 강아지에 파란 목줄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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