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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 추방’인가 ‘반인륜 범죄’인가…강제북송 文 외교라인 징역형 선고유예

, 이슈팀

입력 : 2025-02-19 15:53:04 수정 : 2025-02-19 16:4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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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모두 선고유예 선고
법원 “어민 범죄 잔혹성도 참작”

탈북 어민을 북한으로 다시 돌려보낸 결정에 관여한 문재인정부 외교라인 인사들이 1심에서 모두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고위공직자로서 적법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도 “남북관계 특성상 법적 공백과 모순이 많았다”는 점을 참작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허경무)는 이날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정원장에게 각각 징역 10개월의 선고유예,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각각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를 내렸다. 선고유예는 범죄의 정도가 경미한 경우,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것이다. 유예기간이 경과하면 면소(免訴)된 것으로 간주한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최고위직 공무원으로서 법령 및 적법절차를 준수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북한 주민들이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신속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나포 시점으로부터 2일 만에 북송을 결정하고, 5일 만에 북송했다”며 “피고인들이 이 사건 북송 집행을 정당화하는 것은 형사사법 체계를 무용하게 하는 것과 같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다만 탈북 어민이 저지른 범죄의 흉악성을 참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선장의 가혹행위로 선장을 살해한 것은 양보하더라도 이와 관련 없는 동료 선원 16명을 모두 살해했다”며 “2명 이외에 공범이 있지만, 시체를 유기했고, 범죄의 잔혹성은 부정할 수 없다. 피해 선원들이 잔인하게 살해될 이유를 재판부로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을 밝히며 우선 “북한 주민도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에 해당한다”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강제 북송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남북관계 특성상 법적 공백과 모순이 많은 점, 법률적 근거 부족 속에서 결정이 내려진 점 등을 고려했다. 이어 “이번 사건에서 피고인들을 엄벌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 있다”고도 했다.

 

탈북 어민 2명이 2019년 11월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송환되는 모습. 두 사람은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의사를 밝혔으나 정부는 이들을 북한으로 추방했다. 통일부 제공

 

문재인정부 외교안보 라인인 이들은 2019년 탈북 어민에 대한 청와대의 강제북송 결정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2023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2019년 11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지목된 탈북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내도록 공무원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지시한 혐의를 적용했다. 해당 어민들이 국내 법령과 절차에 따라 재판받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방해한 혐의도 있다.

 

어민들은 동해상에서 어선으로 남하하다가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군에 나포됐다. 당시 정부는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보호대상이 아니란 이유로 닷새 만에 이들을 북송했다.

 

문재인정부 외교안보 인사들이 19일 강제북송 사건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왼쪽부터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뉴스1

 

이 사건 재판은 국가안보상 기밀 등을 이유로 대부분 비공개 진행됐다. 다만 공개된 첫 재판에서 검찰은 북한 주민도 헌법상 우리 국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피고인들이 적법한 절차를 무시한 채 북송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검찰은 “탈북어민의 생명·신체에 직접적 위기를 야기한 것은 자유주의·법치주의 국가인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된다”며 “이들의 흉악 범죄가 사실이더라도 국내 형사 사법 시스템으로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북송된 이들이 “현재 살아있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반면 피고인들은 “강제북송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정 전 실장은 “이번 사건은 북한에서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하다 우리 해군이 제압해서 나포한 사건”이라며 “이들을 사법절차에 따른 처분이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해 조기에 퇴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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