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를 저지른 이른바 ‘건축왕’이 추가 사기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의 일당에게 적용된 범죄단체조직 혐의와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는 무죄가 나왔다.
인천지법 형사14부(손승범 부장판사)는 20일 사기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남모(63)씨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공범 30명 중 15명에게 무죄를, 나머지 피고인에게는 징역 6개월∼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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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씨 등은 2021∼2022년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372채의 전세보증금 305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남씨는 2018년 건설사의 신축 아파트 공사대금 40억원을 빼돌리는 등 회사 대금 117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당시 강원도 동해 망상지구 사업 부지를 확보하기 위한 범행이었다.
재판부는 “남씨는 2021년 3월 20일부터 임대차 보증금을 적기에 반환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다른 직원들은 재정 악화 사실을 인지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무죄가 내려진 범죄단체조직죄와 관련해서는 “남씨가 임대차 보증금 편취를 목적으로 범죄단체를 조직하고 다른 직원들이 가입해 활동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사업 확장 단계에서 단체가 만들어진 것이지 전세사기 목적으로 결성된 것도 아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남씨의 사기 혐의 액수를 174억원로 정했는데 “임대차 보증금 가운데 신규나 증액 계약 금액 만큼만 편취 금액으로 봤다”고 부연했다. 같은 금액으로 재계약한 경우는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남씨는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2700여 채를 보유해 건축왕으로 불렸다. 앞서 148억원대(피해자 191명) 전세사기 혐의로 처음 기소돼 지난달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추가 기소된 나머지 83억원대(피해자 102명) 사기 혐의는 별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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