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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한 채 값”…세금 9억 쏟은 ‘화장실’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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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22 08:33:01 수정 : 2025-02-22 09: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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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가 흉물인가…지자체 ‘공공조형물’ 매년 논란

대구 수성구에 9억원짜리 공중화장실이 등장했다. 일각에선 세금을 과도하게 사용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구 수성구는 수성못에 들어설 관광 자원과 연계해 활용할 상화동산 공중화장실 리모델링 공사를 완료했다고 21일 밝혔다. 리모델링은 스페인 건축가 다니엘 바예가 맡았다. 지난해 6월3일 건축허가를 받아 같은 해 7월19일 착공해 올해 2월7일 준공했다.

대구 수성못 상화동산 공중화장실. 대구 수성구 제공

수성못 경관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외부는 곡선 구조와 천연목재 디자인을 접목해 설계했다. 통유리 설치로 자연채광과 외부 조망 효과를 더했다. 실내엔 곡선 유리창과 원형 세면대 등을 설치해 기존 공중화장실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냉·난방기 등 편의시설과 디자인 조명도 설치했다.

 

사업비는 건축비 5억8800만원 등 총 9억원이 국비로 투입됐다. 이를 두고 과도한 예산 집행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수성구의회 한 구의원은 “수성구 범어동 아파트 한 채 값인 9억원인데, 이 비용을 투입해 공중화장실 리모델링을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란 의견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수성구 관계자는 “단순히 공중화장실만을 위한 리모델링이 아닌 공공시설에 예술성을 접목한 프로젝트”라며 “향후 관광 자원으로 조성될 계획인 수성못 수상 무대, 스카이브릿지 등과 연계해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20일 수성못을 찾은 시민들이 상화동산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 대구=뉴스1

이같이 지자체의 ‘공공 조형물’ 설치는 해마다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자체 입장에선 지역 랜드마크를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목적이지만,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우리 세금을 들여 무용지물인 흉물을 세운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지난해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있던 영화 ‘괴물’ 속 괴물 조형물은 주민 반발에 10년 만에 폐기 처분됐다. 2014년 12월 1억8000만원을 들여 만든 괴물 조형물은 그간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아온 바 있다. 철거에는 998만5000원이 들었다.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관문 길가에 있었던 말머리 상 ‘왕국의 혼’ 등도 주민들이 흉물스럽다는 민원을 잇따라 제기하면서 2017년 인근 농촌문화체험특구장으로 위치를 옮겼다. 이들 조형물 제작엔 세금 6억5300만원이 들었는데, 현재도 민원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6월 서울시 여의도한강공원 내 괴물 조형물이 철거되는 모습. 서울시 제공

경북 군위군의 ‘대추화장실’은 지난해까지 한국에서 가장 비싼 공중화장실 겸 조형물이었다. 특산품인 대추를 홍보하기 위해 2016년 6억9500만원을 들여 의흥면 수서리에 ‘어슬렁대추정원’을 조성하고 정원 한가운데 대추 조형물을 설치했다. 그러나 면 소재지에서 2.5㎞나 떨어진 한적한 도로변에 위치해 이용객이 거의 없다 보니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공조형물 제작에 막대한 예산이 드는 만큼 충분한 의견 수렴이나 타당성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점검 결과를 보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 설치된 공공조형물 수는 1만5000여점에 달한다. 작품 1점당 평균 제작비는 1억7900만원, 현재까지 설치된 작품의 비용을 모두 더하면 1조1254억원가량의 예산이 사용됐다.

 

국민권익위는 무분별한 공공조형물 설치로 인한 예산 낭비를 막고자 2014년 9월 전국 지자체에 ‘공공조형물 건립 및 관리체계 개선 방안’ 마련을 권고한 바 있다. 권고안에는 건립심의위원회 설치 등 공정성·투명성 확보방안 마련, 사후관리시스템 구축 방안 강구 등이 담겼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온다.

 

전남 함평군이 순금 162㎏ 등 28억원을 들여 조성한 황금박쥐상. 함평군 제공

다만 ‘잘 만든 조형물 하나가 도시 하나를 먹여살리는’ 경우도 있다. 최근 금값이 사상 최고액을 찍으면서 전남 함평군의 ‘황금박쥐상’ 가치가 약 261억원으로 올라 화제가 된 바 있다. 황금박쥐상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인 황금박쥐 162마리가 1999년 함평에서 발견된 것을 기념해 2008년 완성됐다.

 

당시에는 재료비에 총 28억3000만원이 투입되면서 ‘혈세 낭비’란 지적이 쏟아졌다. 그러나 금값 상승으로 현재 가치는 제작비의 10배 이상이 됐고, 일각에서는 ‘테슬라·엔비디아·비트코인보다 성공적인 투자’라는 평까지 나온다.

 

이상익 함평군수는 “함평군의 관광 효자상품인 황금박쥐상 등 다채로운 문화관광 콘텐츠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을 수 있게 하겠다”고 전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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