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정 안건조차 이견 못 좁히고
의제 정하지 않은 채 협상 진행
崔대행 “52시간 예외 포함해야”
李대표 “그건 동의하기 어려워”
연금개혁 등 실무협의서 논의
APEC·윤리특위 구성엔 합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반도체 특별법·연금개혁 등의 민생현안을 논의하겠다며 여당 국민의힘과 야당 더불어민주당, 정부 대표가 한 데 모였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시작 전부터 양당은 서로를 향해 ‘초당적 협력(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과 ‘대승적 차원(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을 해달라며 서로의 양보가 더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미지근한 합의만 남긴 채 끝났다. 조기대선 가능성이 열리고 있어 추가 논의에도 합의 가능성은 그리 높아보이지 않는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20일 오후 5시부터 국회 사랑재에서 국정협의회를 가졌다. 네 사람이 한 데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약 2시간 동안 회의를 벌였지만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박태서 국회 공보수석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 윤리특위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특위 구성에 합의했고, 기후특위는 긍정검토하고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연금특위 및 연금개혁 사안은 실무협의에서 추가 논의하고 추경안 편성은 민생 지원과 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지원, 통상 지원 등 세 가지 원칙에 입각해 시기와 규모 세부 내용은 실무 협의에서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반도체특별법도 추가 논의로 갈음 됐다. 박 수석은 “반도체특별법은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했고 추후 실무협의에서 추가 논의키로 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2개 특위 구성만이 ‘성과’다.
이번 협의회 진통은 예상된 국면이었다. 여야는 협의회에서 논의할 안건 논의에서 조차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의제를 정하지 않은 채로 협상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 특별법에 대해서는 ‘52시간 예외 조항’ 문제를 둘러싸고 이견이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며 “우리 당에서는 그 조항을 집어넣는 문제가 핵심이라고 거듭 이야기했는데 민주당에서는 ‘그렇게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 측에서 해당 조항을 3년 정도만 한시적으로 반영하는 방안도 제안했는데 민주당 측에선 노동계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도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한 논의가 가장 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협의회 모두 발언에서도 신경전은 엿보였다. 최 권한대행이 반도체 특별법 제정에 대해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규정이 담긴 반도체특별법 처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것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반도체 특별법’이 아니라 ‘반도체 보통법’에 불과하다”고 하자, 이 대표는 “이건 좀 저희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 비대위원장는 “우리 이 대표가 ‘일극 체제’로 제일 실세 인 줄 알았는데 정책과 관련해서는 진 정책위의장님이 가장 실세 인 것 같더라”고 말했다. 진 정책위의장이 ‘52시간 예외 조항’에 강한 반대 입장을 보인 것을 우회적으로 꼬집은 셈이다.
이번 국정협의회 성사에 기대를 걸어온 최 권한대행 측은 여러차례 강조한 민생 현안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정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만나서 논의한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다”면서도 “어렵게 성사된 자리인데 일괄 타결되지 못한건 아쉽긴 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정부 관계자도 “국회 측 설명은 참석자들이 합의한 문안”이라며 “여야의 설명에서 느껴지는 온도차가 회의 결과가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