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명단 잊지 않으려 수차례 작성
통화는 공관앞… 메모 사무실서 써”
국회 내란혐의 국조특위 與 위원
洪 행적 담긴 국정원 CCTV 공개
20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은 신빙성 논란이 불거진 ‘정치인 체포 명단 메모’를 들고 나왔다. 홍 전 차장이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한 건 5차 변론에 이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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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전 차장은 이날 증인석에 앉아 체포 메모 작성 경위를 세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체포 명단을 남긴 경위에 대해 “지금처럼 이 메모가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국군방첩사령부가) 왜 이런 사람들을 체포하려 했을까’라는 궁금증이 있었고 관심을 가져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잊어먹지 않기 위해 만들었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계엄 당일인 지난해 12월3일 밤 속기로 1차 메모를 작성했고, 이튿날 오전 정무직회의 전 보좌관에게 이를 정서할 것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오후 4시에 다시 보좌관을 시켜 자세히 써보라 한 것이 세 번째 메모이고, 12월11일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기억을 더듬다 체포 명단을 추가한 것이 네 번째 메모였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측은 “메모를 달라고 한 사람도 없는데 왜 썼는가”라며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 한 것은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윤 대통령 측은 “홍 전 차장이 정치적 중립성 등을 이유로 조태용 국정원장의 신임을 잃어 해임됐다”고 강조해왔다. 이에 홍 전 차장은 “메모지로 어떤 정치적 입지를 만들 수 있는가”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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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전 차장은 조 원장이 탄핵심판에서 자신이 정치인 체포 명단을 받아 적은 장소가 국정원장 공관 앞이 아니라 국정원 청사 사무실이었다고 진술해 증언의 신빙성 논란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선 “기억을 보정하니 처음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제게 체포자 명단을 불러주겠다고 했던 것은 공터에 있을 때였던 (계엄 당일) 오후 10시58분 상황이었다”며 “받아 적은 것은 오후 11시6분 사무실이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 측은 메모를 옮겨 적었다는 보좌관에 대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친구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홍 전 차장은 “제가 보좌관의 친구까지는 기억하지 못 한다”고 했다.
국회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여당 위원들은 이날 “홍 전 차장의 체포 명단 메모의 작성 경위가 기존 진술과 차이가 있다”면서 당시 홍 전 차장의 행적이 담긴 국정원 폐쇄회로(CC)TV를 공개했다. 특위가 공개한 국정원 CCTV에는 홍 전 차장이 지난해 12월3일 오후 10시58분 국정원 본청 내부로 들어서는 모습이 담겼다.
앞서 홍 전 차장은 ‘계엄 당일 22시58분에 국정원장 공관 공터에서 여인형 방첩사령관과 통화를 하고, 이후 체포 지시 명단을 받아적었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 특위 위원들은 홍 전 차장이 체포 명단을 작성했다는 시각에 기존 진술과 전혀 다른 장소에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체포 명단 메모는) 오염된 증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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