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가 생전 기상캐스터 선배 두 명과 나눈 메시지가 공개됐다.
지난 20일 유튜브 채널 '연예뒤통령 이진호'에서 이진호는 유가족을 통해 고인이 선배 A 씨, B 씨와 나눈 카카오톡 전문 메시지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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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2022년 4월 20일, A 씨는 고인의 방송 내용을 지적하며 "네가 내 다음(방송)이라 (취재 내용이) 촘촘하게 다 걸린다. 말을 안 하고 넘어가고 싶은데 안 할 수가 없다. 싫은 소리 하는 거 싫다"며 기상청에 직접 연락해 다시 취재하라고 했다.
이에 고인은 "처음 (기상청에) 물어볼 때만 해도 (날씨가) 그랬는데 중간중간에도 전화 걸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A 씨는 "종일 탁하다고 했냐? 그럼 어쩔 수 없지"라며 넘어갔다.
이진호는 "유가족에 따르면 매번 A 씨가 문제를 제기해서 고인이 기상청에 전화해 문의한 내용을 녹취 파일 형태로 하나하나 보관하고 있다더라. 그만큼 고인은 책잡히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 씨는 고인의 업무 자체만 지적한 것이 아니었다. 고인의 답변 태도 역시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며 이는 2022년 8월 23일 카톡을 통해서 확인된다고 말했다.
"울지 않았다" 억울한 고인에…"팩트가 중요한 게 아냐" 지적
해당 카톡에서 고인은 A 씨에게 또 다른 선배 B 씨와 나눈 카톡 내용을 전달하며 조언을 구했다.
메시지에서 B 씨는 고인에게 "감독님이 네가 토요일에 계속 울었다면서, 나보고 '많이 혼냈죠?' 이러더라. 하, 진짜 너무 싫거든? 너 네가 잘못해 놓고 사람들 앞에서 울어버리고. 왜 선배까지 이상한 사람 만들어? 너 초등학생이야?"라고 다그쳤다.
그러자 고인은 "저 '투데이' 방송 때 못 들어가서 감독님 뵌 적 없고, '정오 뉴스' 녹화 때도 울지 않았다"며 억울해했다.
B 씨가 "감독님들이 네 얼굴 너무 부어 있어서 무슨 일 있냐고 계속 물었다더라"라고 반박하자, 고인은 "제 기억으로는 괜찮냐고 물으신 분들 단 한 분도 안 계셨다. 감독님들 앞에서 계속 울었다던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재차 해명했다.
그러나 B 씨는 "눈물 안 흘렸으니까 괜찮다는 거냐? 너 왜 말을 그렇게 해?"라고 쏘아붙였다. 고인은 "죄송합니다. 제가 제 불찰로 선배님께 계속 불편 끼쳐드리고 있는 것 같다. 정말 죄송하다"며 "그런 일 없었고 오해인 듯하다는 점 전해드리고 싶었다. 기분 상하셨다면 정말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했다.
결국 B 씨는 "안나야, 네가 악의 없고 사회생활 할 때 말하는 방식이 서투르다고 믿고 싶다. 카톡으로 하면 더 오해만 쌓일 것 같으니 다음에 만나서 얘기하자"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고인은 이 대화 내용과 관련해 A 씨에게도 "저 계속 울지 않았고 감독님 마주칠 일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중요한 건 저게 아닌 거죠? 눈치 없고 서투른 저 때문에 죄송하다. 어떤 게 옳은 방법인지 아직도 잘 알지 못하겠다"고 답답해했다.
이에 A 씨는 "눈치 없고 서투른 게 아니라 선배한테 계속 말대답하면 어떻게 하냐. 네가 울지 않고, 울었고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선배는 팩트가 궁금한 게 아니다. 거기에 계속 말대답하고. 예전에 너 나랑 뭐 때문에 갈등 있었어?"라고 했다.
이진호는 "이를 통해서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이에 고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어머니와 통화하는 날이 잦았다고 한다"며 "고인이 제외된 선배 4인의 단톡방 내용을 보면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이 보다 명확하다는 게 유가족의 설명"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진호는 선배 4인의 단톡방 대화 내용은 향후 법정 대응을 위해서 전문을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인은 지난해 9월 향년 2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망 전 휴대전화 메모장에는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고, 여기에 직장 내 괴롭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었다.
MBC는 오요안나 사망 약 4개월 만에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조사에 나섰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오요안나 사건을 수사해 달라는 국민신문고 민원을 접수해 내사를 시작했다. 고용노동부는 MBC에 행정지도와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지난 11일부터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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