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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없다”…‘지옥의 무기’ 활공폭탄, 우크라 전장 박살 낸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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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23 09:00:00 수정 : 2025-02-23 14: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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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 못지 않게 강력한 위력을 떨친 무기가 있다. 바로 활공폭탄(glide bomb)이다.

 

지상 표적을 정밀타격하는 것은 드론과 비슷하지만, 파괴력은 훨씬 강하다. 표적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비행하는 전폭기에서 발사되어 수십㎞를 비행, 지상 표적을 산산조각낸다. 

 

활공폭탄의 위력에 자극 받은 러시아는 생산량을 늘려서 우크라이나군을 공격할 태새다. 미국과 진행할 종전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러시아는 활공폭탄을 동원해 우크라이나군을 한층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군인이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기차역을 바라보고 있다. 게티이미지

◆활공폭탄이 치명적인 이유

 

활공폭탄은 항공기에서 공중투하한 뒤 공기역학적 구조와 유도 장치로 목표물까지 활공하면서 이동하는 폭탄이다. 자유낙하 폭탄과 달리 유도 기능이 있어서 정밀타격이 가능하다.

 

미사일과 달리 엔진이 없다. 대신 양력을 이용해서 비행거리를 수십㎞까지 늘렸다.

 

서방에서 널리 쓰이는 활공폭탄인 미국산 합동정밀직격탄(JDAM)은 24㎞를 비행한다. 한국형 중거리 GPS 유도폭탄(KGGB)는 100㎞에 달한다. 적 지대공미사일 위협 범위 밖에서 지상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기존 재래식 폭탄에 유도장치와 날개 키트를 장착, 저렴한 가격으로 제작해 다양한 플랫폼에서 운용이 가능하다. JDAM은 개당 가격이 2만5000달러(약 3600만원)에 불과하며, 전투기와 폭격기, 무인공격기에 탑재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활공폭탄은 위력을 떨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하늘에서의 전투가 계속 진화한 결과다.

러시아 수호이(Su)-34 전폭기가 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우크라이나군이 서방의 지원으로 방공망을 갖추면서 순항미사일과 전투기를 격추하자 러시아는 샤헤드-136 등의 자폭드론을 투입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전자전과 기관총, 산탄총 등으로 드론을 요격하니 활공폭탄의 사용 빈도가 늘어났다. ‘진화와 대응’이라는 순환주기가 끝없이 작동하는 셈이다.

 

러시아는 수호이(Su)-34 전폭기 등에  활공폭탄을 탑재, 우크라이나군 거점과 시가지를 효과적으로 타격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는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초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일대에서 공세를 감행했다. 우크라이나가 방어망을 구축한 화력발전소, 공장, 고층 건물 등에 활공폭탄이 투하됐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2월 도네츠크의 아우디이우카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48시간 동안 활강폭탄 250발을 투하, 마을을 초토화했다. 

 

지난해 9월에는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의 한 아파트를 활공폭탄으로 공격해 4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수집해서 보관중인 러시아 FAB 계열 활공폭탄의 비행 키트들. EPA연합뉴스

러시아가 쓰는 활공폭탄은 옛소련산 재래식 폭탄에 러시아의 위성항법체계인 글로나스(GLONASS)를 사용하는 유도 장치와 비행 키트를 장착한 형태다.  

 

지상에 떨어지면 15m 넓이의 큰 구멍을 만들고, 1㎞ 떨어진 곳의 건물 문짝이 떨어질 정도로 위력이 강하다. 자폭드론보다 파괴력이 훨씬 높다.

 

러시아의 대표적 활공폭탄은 FAB-1500이다. 재래식 폭탄을 정밀 활공폭탄으로 바꿔주는 UMPK 키트를 쓴다.

 

무게가 1.5t이며 절반 이상이 고폭탄이다. 우크라이나 방공망 사거리 밖인 60∼70㎞ 거리에서 Su-34 전폭기 등으로 투하된다. 유도 시스템과 튀어나온 날개를 이용해 목표물로 날아간다. 무게가 500㎏인 FAB-500도 많이 쓰인다.

 

비행거리가 최대 120㎞에 달하며 전자전 대응력이 높아진 UMPB D-30SN도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러시아의 S-70 무인전투기가 우크라이나에 추락했을 때, D-30SN의 잔해가 함께 발견된 바 있다.

 

러시아는 활공폭탄의 사용량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5월 러시아의 활공폭탄 사용량은 하루 평균 25발이었으나 현재는 60∼100발 이상으로 늘었다.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FAB-500 활공폭탄. 세계일보 자료사진

사용량이 증가하면 생산활동도 늘어나게 된다.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활공폭탄 4만발을 만들었고 올해는 7만발을 주문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활공폭탄은 빠르고 현대화된 미사일보다 대응하기가 힘들다. 서방의 대공미사일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순항·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저지할 능력을 갖췄다.

 

하지만 활공폭탄은 요격이 불가능하다. 미사일과 같은 추진체가 없고 드론처럼 장시간 체공하지 않아서 레이더 추적이 어렵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킨잘 극초음속미사일은 비행시간이 길어서 탐지·추적이 가능하고 패트리엇(PAC-3)으로 여격도 할 수 있지만 활공폭탄은 요격할 수가 없다.

 

우크라이나는 ‘원점 타격’ 방식으로 맞서는 모양새다. 활공폭탄을 탑재한 전폭기가 이륙하는 기지나 탄약고를 공격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6월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의 모로좁스크 공군기지에 70여 대의 드론을 발사했다. 이 기지는 활공폭탄을 탑재한 Su-34 전폭기의 근거지다. 우크라이나군은 같은해 8월에도 이 기지에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으로는 러시아 활강폭탄 공격을 완전히 저지할 수 없다. 먼 거리에 있는 항공기를 격추할 장거리 방공망을 확보해 러시아 전폭기의 접근을 거부하는 방법이 있지만, 우크라이나가 단기간 내 구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 공군 장병들이 전투기에 항공무장을 장착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반도에는 어떤 영향 줄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활공폭탄 사용은 한반도에도 시사점을 남긴다.

 

한국 공군은 JDAM과 KGGB, 이스라엘산 스파이스 2000 활공폭탄을 보유하고 있다. KGGB는 산 뒤에 있는 표적도 명중시킬 수 있는 활공 및 선회능력을 갖고 있다. 스파이스 2000은 최대 2.4m 두께의 콘크리트를 관통한다.

 

이들 활공폭탄은 F-15K, KF-16, FA-50, F-35A 등에서 운용이 가능하다. 유사시 수십∼100㎞ 떨어진 곳에서 활공폭탄을 투하, 북한군 방공망 위협을 받지 않고도 지상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이는 공군 전투기와 조종사의 생존률을 높인다. 북한군 방공망은 매우 조밀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휴전선 너머 북한 내륙 지역을 폭격할 때, 전투기가 직접 날아가서 침투한다면 북한군에 격추될 위험이 높아진다.

 

하지만 북한군 대공포나 지대공미사일 사거리 밖에서 활공폭탄을 투하한다면, 조종사와 전투기가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북한군 입장에선 탐지와 요격이 어렵고 자폭드론보다 위력이 훨씬 큰 활공폭탄 공격이 공포의 대상이 된다. 강력한 위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북한 군인과 민간인의 사기를 꺾는 심리적 효과도 있다.

한국 공군 KF-16 전투기가 JDAM을 탑재한 채 이륙하고 있다. 공군 제공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을 탑재한 전투기를 띄워 활공폭탄 탑재 한국 공군 전투기를 격추하는 방법이 있지만, 노후화한 북한 공군의 전력상 쉽지 않다.

 

다만 북한이 최근 신형 지대공미사일 체계를 개발하고,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제작을 진행하는 동향이 포착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런 대목이다. 사거리가 100㎞를 넘는 장거리 지대공미사일과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지상 방공망이 결합한다면 한국 공군의 활공폭탄 공격에 일정한 제약을 가할 수 있다.

 

전자전을 통해 활공폭탄 공격을 저지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위성항법체계(GPS) 등을 교란하는 전자전 경험이 풍부하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에서 지원받은 JDAM이 러시아의 전자전으로 표적을 빗나가는 사례가 발생했는데, 북한이 이를 모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활공폭탄의 전자전 대응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러시아를 돕고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을 한 북한이 러시아의 사례를 모방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는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활공폭탄을 대량 운용했다.

 

북한 공군 전투기는 노후화가 심각하다. 그러나 활공폭탄 운용능력을 온전히 갖추면 멀리 떨어진 지상표적을 정밀타격하는 플랫폼으로 바뀐다. 특정 지역에서 기습적으로 활공폭탄을 투하한다면, 뜻하지 않은 피해를 입을 위험이 있다.

 

활공폭탄은 정밀 유도, 장거리 타격, 비용 대비 효율성이 뛰어난 무기다. 현대전에서 스텔스 전투기 및 무인기와 더불어 핵심 정밀타격 수단으로 인정받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활공폭탄이 사용되는 특성 등을 면밀히 살펴서 한반도 유사시에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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