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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사실 풍자"…'인간복사기'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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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23 09:29:34 수정 : 2025-02-23 09: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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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 고증으로 '대치맘'·인플루언서 등 패러디…대중 열광
중고거래 플랫폼서 몽클레르 여성 패딩 매물 쏟아지는 '후폭풍'
"꼼꼼한 관찰력·탁월한 재현력으로 '스케치 코미디'의 진수 보여줘"

개그우먼 이수지(40)가 제대로 홈런을 날렸다.

'극사실 풍자', '완벽한 고증', '인간복사기' 등의 수식어를 낳은 패러디 영상들이 잇달아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이수지의 풍자는 예술의 경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튜브 '핫이슈지' 캡처

특히 지난 4일 이수지 개인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올린 '[휴먼다큐 자식이 좋다] EP.01 '엄마라는 이름으로' 제이미(Jamie)맘 이소담 씨의 별난 하루'라는 제목의 영상은 21일 기준 조회수 600만회를 넘겼고, 1만4천여개의 댓글을 모았다.

이수지가 열연을 펼친, '사교육 1번지' 강남 대치동에서 자식 교육에 관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도치맘'(자식을 끔찍이 아끼는 엄마들에게 고슴도치의 '도치'라는 단어가 붙어 생긴 신조어)의 모습에 대중은 열광했다.

헤어 스타일부터 몽클레르 패딩, 샤넬 가방, 에르메스 목걸이, 포르쉐 카이엔 승용차까지 이수지가 연기한 '이소담'의 모습은 흔히 알려진 '대치동 도치맘' 또는 '대치맘'을 완벽하게 현실 고증했다는 평가를 낳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슈가 된 건 몽클레르 패딩이다.

유튜브 '핫이슈지' 캡처

이수지가 입은 몽클레르의 '파르나이바' 모델은 현재 약 39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강남 학부모 교복'이라고 불릴 정도로 일찍이 강남에 거주하는 학부모들 사이에선 필수 아이템이 된 고가 브랜드다.

패션뿐만이 아니다. 말투와 행동까지도 완벽하게 재현해 냈다는 평가다. 말 중간중간 짧은 영어를 섞어서 쓰는 것과 이제 겨우 4살짜리인 자녀의 영재성을 강조하는 부분까지 '도치맘'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연기력을 선보였다는 반응이 나온다.

 

자녀를 기다리는 동안 차에서 모든 걸 다 해결한다고 말한 장면은 지난해 10월 배우 한가인이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방송최초! 여배우 한가인 충격 24시간 관찰카메라' 영상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유튜브 '핫이슈지' 캡처

해당 영상에서 한가인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약 14시간 동안 자녀들을 학교와 학원으로 실어 나르는 이른바 '라이딩' 일상을 공개한 바 있다.

 

한가인이 수학학원에 간 딸을 기다리며 차 안에서 끼니를 때우는 모습도 이수지의 영상에서 재현됐는데, 이수지는 '희극인'으로서의 웃음 포인트도 놓치지 않았다. 같은 '차 안의 식사'라도 한가인과 달리 이수지는 김밥을 우적우적 먹성 좋게 먹으면서 도중에 학원 선생과 통화할 때는 아무것도 안 먹고 있는 척 능청을 떨어 폭소를 자아냈다.

그런가 하면 '도치맘'이 영어를 쓰면서 문법이 틀린 모습도 꼬집었다.

유튜브 '핫이슈지' 캡처

해당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현직 대치동 영어유치원 교사인데 '아임 낫 잇(I'm not eat)', 대치 엄마들 문법 틀린 뚝딱 영어까지 디테일 너무 잘 살려서 현타(헌실 자각)까지 왔습니다", "현직 대치동 초등 대상 학원 강사입니다. 정말 단정한 목소리와 적당한 말의 템포, 은근한 반존대, 영어 발음까지. 방금까지도 뵙고 온 기분입니다" 등의 후기와 함께 댓글 창을 뜨겁게 달궜다.

이수지의 현실 고증 코미디가 너무나 완벽했던 나머지 실제 강남 학부모들 사이에선 '긁혔다'(무언가 신경에 거슬리거나 화가 난다는 뜻의 신조어)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조롱거리가 됐다며 불쾌해 한다.

해당 패러디 영상이 공개된 이후 한 온라인 맘카페엔 '이수지 몽클(레르) 입을 수 있을까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괜히 (이수지 영상이) 생각나서 손 안 갈 것 같다", "몇 년간의 교복 이젠 졸업할 때인 것 같다", "당분간은 몽클(레르) 안 입을 것 같다"는 댓글들이 이어졌다.

"강남에서 몽클레르 패딩을 입은 엄마들이 얼마나 많으면 '주민센터에서 나눠줬냐'는 말이 있을 정도예요", "7년째 대치동에서 장사하고 있습니다. 몽클레르 패딩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교복처럼 입고 다녔는데 요새는 안 보였던 게 이유가 있었군요" 같은 반응도 나왔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엔 강남구·서초구·송파구를 기준으로 몽클레르 여성 패딩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오랜기간 선망의 대상이었던 옷의 위상이 한순간에 급전직하한 후폭풍이 거세다.

당근 캡처

네이버 이용자 'jay***'는 "(영상이) 가장 화제 됐던 다음날 우연히 몽클레르 매장 앞을 지났는데 평소엔 항상 웨이팅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줄이 길었던 곳인데 사람이 정말 한 명도 없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대치맘에 이어 공구(공동 구매) 인플루언서들도 이수지의 풍자를 피해갈 순 없었다.

인플루언서 '슈블리맘'으로 변신한 이수지는 지금까지 총 세 차례의 공구 라방(라이브 방송) 패러디 영상을 공개했다.

첫 번째 공구 영상 속 이수지는 두 가지 종류의 찰떡을 판매하는데 무려 '26차'까지 진행된 찰떡 공구라고 소개했다.

해당 찰떡의 찰기를 보여주기 위해서 이가 아닌 입술로 떡을 쭉 늘리며 먹거나 손으로 떡을 직접 만지며 늘리는 모습은 실제 찰떡 공구 인플루언서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찰떡에 이은 또 다른 공구템은 만능 독소 배출 음료 '빼빼수'.

유튜브 '핫이슈지' 캡처

이수지는 "이번에도 공장 사장님과 싸우고 또 졸라서 가져온 제품"이라며 매번 공장 사장님과 '싸움'을 강조하는 인플루언서들을 풍자했다. 또한 빼빼수를 마시기 전과 후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는데 마신 후의 사진이 과하게 포토샵 돼 있는 것까지 완벽하게 재현해 냈다.

그런가 하면 빼빼수를 구매한 한 구독자가 "빼빼수 다 터져서 왔다"고 불만을 표하자 이수지는 정색하며 "공구 관련 질문들은 슈블리맘 CS센터로 문의해 달라"며 발을 빼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역시 실제 모 인플루언서가 간장게장을 공구했다가 구매자에게 간장게장이 터져서 배송된 사례를 재구성해 낸 것이다.

누리꾼들은 "진짜 공구 라방인 줄 알았다", "이수지 진짜 천재다. 지독하게 똑같이 잘 재현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수지는 패러디에서 자신의 살집 있는 몸을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도 '억' 소리 나게 만들고 있다.

그는 공구 라방에서 "케냐 동물원 앞에서 사왔다"는 얼룩말 무늬 원피스로 배가 나온 몸매를 그대로 강조하면서 날씬한 인플루언서들을 정반대로 풍자했다.

앞서 지난해 'SNL코리아'에서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BJ 과즙세연의 미국 만남을 패러디한 '육즙수지' 캐릭터에서도 살집이 있는 자신의 몸을 가감없이 활용해 시청자들이 두손두발 들게 만들었다.

SNL코리아 캡처

직장인 정모(48) 씨는 "우울할 때마다 이수지 영상을 보며 기분을 달랜다. 이수지는 천재다. 패러디가 너무 웃긴다"고 감탄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수지는 현재 우리 일상의 일부분을 좀 과장해서 보여줌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수치심이나 불편함을 느껴 어떤 행동을 더이상 하지 않게 되는 '스케치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이수지의 꼼꼼한 관찰력을 비롯한 탁월한 재현력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고거래 플랫폼에 몽클레르 패딩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일종의 스케치 코미디를 본 사람들의 각성 반응의 결과물"이라고 분석했다.

김 평론가는 "웃음이 나는 장면들엔 우리가 극복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들이 내포돼 있다"며 "이수지가 풍자하는 대상들은 대개 우리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맹점들을 잘 모사함으로써 스케치 코미디의 선순환을 보여주는 성공적인 사례로 보인다"고 평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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