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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 차기 서울교구장 김근상 신부 "교회 안팎 갈등·대립 푸는데 최선"

입력 : 2008-05-15 03:23:51 수정 : 2008-05-15 03: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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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연극 배우·밴드 활동… 교단내 '괴짜 신부'로 통해
22일 주교 서품… "극우·극좌 포용 무지개처럼 어울려 살아야"
 “성공회는 어떤 사안에 대해 시간이 걸려도 끝까지 합의점을 찾는 전통이 있으며, 과정에는 서로 치열하게 다퉈도 일단 합의된 결정에는 순응하며 500년을 버텨 왔습니다. 이러한 역량으로 교회 안팎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대립을 화해시키고, 미래 꿈도 나누고 싶습니다.”

대한성공회 제5대 서울교구장으로 피선된 데 이어, 22일 주교로 서품되는 김근상(56) 신부의 다짐이다. 김 신부는 지난 1월 임시 교구회의에서 성직자와 평신도 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어 내년 1월25일 은퇴하는 박경조 서울교구장의 후임으로 선출됐다. 성공회 정의실천사제단 총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통일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풍부한 경륜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는 2017년 은퇴할 때까지 서울교구를 이끌게 된다.

스스로 “못생긴 나무가 숲을 지키듯 잘나지 못한 사람에게 성공회를 지키는 소임을 맡긴 것 같다”고 평가한 김 신부는 교단에서 ‘괴짜 신부’로 통한다. 대학 시절엔 운동권에 몸담았고, 연극배우에 연출가, 밴드도 했다. 3년 동안 ‘안티조선’ 총재도 지냈다. 이것은 다방면에 호기심과 관심을 가진 성공회 신부들의 내력이기도 하다. 김 신부는 집안에서 3대째 신부를 배출했다. 외할아버지 이원창 신부는 6·25 때 평양에서 교회를 지키다 순교했고, 아버지 김태순 신부는 서울성당 주임사제를 지냈다. 김 신부는 서강대 화학과에 다니다 가톨릭대 신학부와 성미가엘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1980년 정식 사제가 됐는데, 하루는 어머니 앞에서 신학교에 가겠다고 했더니, “어떤 여자 데려다가 고생시키려고 하느냐”며 옷을 다리던 다리미를 내던졌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어머니 입장에서 보면 신부들 내조에 머리를 흔들었을 만하다.

“이길 수 있는 싸움을 이기는 것은 신앙이 아니죠.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을 이겨야 진짜 신앙입니다. 성공회가 그 진면목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는 사제들이 사회참여 등 일을 저지르는 것을 좋아한다. 교구장 재임 중 라오스나 미얀마, 캄보디아 같은 세계 오지에 성직자들을 보내 세상의 거친 삶에 대한 도전 정신을 키우게 할 계획이다. 지구상에는 100명 중 89명이 끼니를 걱정하는 나라들이 많은 만큼 이들 나라의 어려움을 몸으로 체험케 해 사목 현장에서 살아 있는 사목을 시키겠다는 뜻이다.

김 신부는 남북한 정부에 대해 쓴소리도 마다 않았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복지예산을 일률적으로 20%씩이나 줄이려는 정부가 어디 있느냐”고 질타했다. 그 자신이 구리시장애인종합복지관을 위탁운영해 본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예산 배정은 일의 성격과 내용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것. 장애인들은 모든 경쟁에서 뒤처져 이를 보완해 주는 것이 정부의 복지정책인데, 정부가 이를 도외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보다 복지시설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기업에 더 큰 기대를 걸었다. 김 신부는 북한에 가면 ‘민족’ 운운하며 도움을 청하는 것을 경멸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에서 느끼는 고통이나 슬픔이 그 못지않다는 뜻이다. 인류애로 바라볼 뿐이다.

“성공회는 세계적으로 리버럴 정신이 강해 다양하게 풀려있는 것 같아도, 정체성을 잘 이어가고 있습니다. ‘느슨한 일체감’이 성공회의 자랑이죠. 극우나 극좌에 대해서도 관대한 편입니다. 한 색깔로 채색되는 것보다 무지개처럼 어울려 사는 것이죠.”

22일 오후 2시 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리는 김 신부의 주교 서품식에는 박경조·이천환 주교 등 역대 주교를 비롯해 아시아권의 성공회 주교와 미주·유럽에서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다. 한국에서는 권오성 KNCC 총무,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일치위원장 등 10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안티조선’ 총재였던 그의 서품식에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이웃사촌으로서 축사를 맡은 것도 흥미롭다. 

글·사진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hul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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