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더 큰 위기 온다” 긴장하는 모습 역력
‘팔리는 책’ 만 팔려 양극화 현상 갈수록 심화 올해 출판계는 우울한 한 해였다. 연초부터 경제 전반에 암운이 드리워지면서 독자들은 책 사보는 데 주저했고, 이 때문에 출판사들은 살얼음판의 1년을 보냈다. 내년에는 더 큰 위기가 올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SNS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종이책의 인기가 예전만 못했다.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라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책 사는 데 인색한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된 것 같다. 그나마 자금력을 앞세운 중·대형출판사가 베스트셀러 몇 종을 냈으나, 80% 이상의 대다수 출판사들은 적자 경영에 근접해 있거나 팍팍한 실정이다.
올 한 해 출판계는 우울했다. 내년에도 별로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출판계는 나름대로 대책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지난 2월 아동서적 전문 총판인 평화당이 부도를 냈고, 6월 중순엔 홈플러스에 책을 납품하는 대형총판 KG북플러스가 문을 닫았다. ‘생각의 나무’ ‘이레’ ‘문이당’ 같은 중규모 출판사들도 부도를 냈다. 대형 서적 유통사들이 잇따라 부도를 낸 여파다.
교육·정치 관련 사회적 이슈와 함께 쏠쏠하게 팔렸던 책들은 ‘변방의 사색’(이계삼·꾸리에), ‘닥치고 정치’(김어준·푸른숲),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리더스북) 등이 꼽혔다. 변방의 사색은 대학입시에 목을 매는 일선 교육 현장을 개탄하고, 탁상공론에 매몰된 교육 당국자들을 비판하면서 미래 교육 개혁을 제시한 현직 교사의 에세이다. ‘시골의사…’는 자기 개인의 성공을 바라는 종래의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자기혁명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번역물로는 ‘웃음(베르나르 베르베르)’이, 전집물로는 민음사의 ‘사기’ 전 6권이 눈에 띈다. 이밖에 오프라인 서점의 잇단 폐점,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창비)’ 등 국내 문학작품의 해외 수출, 중국 관련 책들의 인기 등이 올해 출판계 이슈로 나왔다.
지상사 최봉규 사장은 “올해는 소셜미디어의 대표격인 스마트폰 보급이 어느 해보다 늘었기에, 출판계에 미치는 영향도 그에 비례했다”면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출판 불황에 빠졌지만, 종이책 독자가 태블릿PC로 상당수 옮아간 과도기인 측면도 있다”고 풀이했다. ‘꾸리에’ 강경미 대표는 “올해엔 소셜미디어가 확산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양서 위주의 책 판매보다는 감각적이고 쉽게 읽히는 책들이 팔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엄마들의 입소문을 따라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가 주도하는 유아 책 분야에서는 ‘우리 아빠가 최고야’(킨더랜드)의 앤서니 브라운, ‘구름빵’(한솔수북)의 백희나, ‘괜찮아’(웅진주니어)의 최숙희 등 인기작가들의 그림책이 수년간에 걸쳐 변함없는 사랑을 받았다.
청소년 분야는 ‘EBS 공부의 왕도’(예담프렌드) ‘17세의 공부법’(들녘) 등 EBS 방송과 관련한 공부법 도서들이 상반기에 관심을 모았다. ‘불량가족 레시피’(문학동네) 같은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다.
교육 관련 분야에서는 ‘아이의 자존감’(지식채널) ‘아이의 사생활’(지식채널)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한국경제신문사) 등이 주목을 끌었다. EBS 프로그램 내용을 책으로 엮은 육아서인데 불안한 부모들에게 조언자 역할을 하며 자녀교육서 시장을 주도했다. 또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예담)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웅진씽크빅)와 같이 엄마와 아이들의 심리를 다룬 책들이 인기를 모았다.
정승욱 선임기자·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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