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환시장의 거래량이 1년 전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급감하고 하루 변동성은 4∼5배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물량에도 급등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연출돼 역외세력이 환투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환 거래량 급감·변동성 확대=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날 외환시장의 거래량은 46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파산 발표 다음날인 9월16일(105억달러)과 비교하면 58억8000만달러나 감소했다.
월별 하루평균 거래량은 지난해 1월 114억5000만달러였지만 10월 43억4000만달러로 급감한 뒤 12월 37억8000만달러까지 줄었다. 올해 1월 50억7000만달러로 다소 늘었다가 지난달 47억7000만달러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3월 들어서도 이날까지 하루평균 46억6000만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외환 당국의 개입 물량이 풀리고 있으나 거래량은 50억달러를 넘지 못할 정도로 거래가 위축된 상태다.
외환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의 적정한 하루 거래 규모를 100억달러 정도로 보고 있어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하루 거래량부터 늘리는 것이 급선무다.
거래량이 급감한 가운데 변동성마저 매우 커졌다. 전일 종가와 당일 종가를 비교한 변동률은 2007년 0.22%에 머물렀지만 지난해는 4배가 넘는 0.99%로 껑충 뛰었다. 이는 일본 엔화(0.68%), 유로화(0.64%), 싱가포르 달러화(0.33%), 대만 달러화(0.26%) 등 주요국 통화의 미 달러화 대비 환율 변동성과 비교할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올 들어서도 변동률은 1월 1.19%, 2월 0.76%로 지난해 1월(0.25%)에 비해 변동폭이 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당일 환율의 최고치와 최저치의 차이인 월별 하루평균 변동 폭도 지난해 1월 4.4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1월 23.0원, 2월 18.8원으로 확대됐다.
◆역외세력 환투기 나섰나=이처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역외세력이 환투기에 나섰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들어 역외세력이 달러화를 먼저 사기 시작하면 추종세력이 매수에 가담하면서 환율이 급등하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전문가들은 헤지펀드 등 역외세력이 당일 장 마감 무렵 달러를 매수한 뒤 다음날 고점에서 매도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당국이 환율의 과도한 상승을 막기 위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역외세력의 환투기에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외국환은행과 비거주자와의 거래가 대부분인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도 2002년 하루평균 6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75억달러로 12.5배나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하루평균 선물환 거래 규모 98억달러 중 76.5%를 차지하는 규모로 역외세력에 의해 시장이 좌우되는 상황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가 급격하게 강세를 보이자 역외세력들이 국내 시장의 변동성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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