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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미술품 강도사건 해결 실마리

입력 : 2012-04-02 19:57:38 수정 : 2012-04-02 19: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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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전 美 박물관 5억弗 어치 명작 강탈
경찰복 2명 렘브란트作 등 탈취
당국, 갱단출신 70대 남성 조사
자택서 경찰신분증·장비 등 압수
암흑이 짙게 깔린 1990년 3월18일 새벽 1시30분.

미국 보스턴에 있는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의 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문 밖에 정복을 입은 경찰관 2명이 들이닥쳤다. 경찰 배지도 달고 있었다. 박물관 경비원은 ‘절대로 문을 열어 줘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어기고 말았다. 그들은 들어오자 바로 경비원을 테이프로 묶고 능숙하게 유명 그림만 도려냈다. 그리고 90분 만에 렘브란트의 ‘갈릴리 호수의 풍랑’, 마네의 ‘토토니의 집에서’를 비롯해 드가, 페르메이르 등의 작품 13점을 들고 사라졌다.

1990년 3월 미국 보스턴의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에서 강도들이 훔쳐간 렘브란트의 ‘갈릴리 호수의 풍랑’.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 제공
지난 22년간 미제로 남아 있던 이 20세기 희대의 미술품 강탈사건 수사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미 수사당국은 이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70대 남성을 조사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코네티컷주 하트퍼드 연방법원에서 검찰은 로버트 젠틸(75)의 보석허가를 반대하면서 ‘가드너 사건’ 연루 의혹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지난 2월 의사처방전 없이 약물을 판 혐의로 체포됐다.

검찰은 연방수사국(FBI)이 가드너 사건과 관련해 젠틸을 추궁했으며, 그가 현금수송차량 탈취시도 등 여러 건의 범죄에 연루된 혐의로 수사 대상이라고 공개했다.

지팡이에 의지한 채 법정에 출두한 백발의 젠틸은 모든 혐의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부인했다.

FBI는 젠틸이 1990년대 초·중반 미술품 강탈범들과 교류했으며, 가드너 사건을 알고 있거나 직접 개입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최근 공개된 FBI 자료에 따르면 젠틸은 가드너 사건 직후 카포 로버트 루이시가 이끄는 보스턴 갱단에 들어갔다. 루이시는 2000년 상대 갱단원 살해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는데, 그는 형량을 경감받는 조건으로 젠틸의 범죄사실을 진술했다.

수사당국은 지난 2월 젠틸의 집 지하실에서 경찰 신분증 재료와 유니폼, 경찰 스캐닝 장비, 무기와 탄약을 압수했다.

젠틸의 변호사는 “젠틸이 알지도 못하는 정보를 얻어내려고 정부가 병들고 늙은 사람을 계속 감옥에 가둬 놓으려고 한다”면서 “루이시는 당국에 잘 보여 형기를 줄이려고 거짓사실을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젠틸의 동료들도 “그가 정말 가드너 사건을 안다면 이유불문하고 정보제공자에게 500만달러를 지급하겠다고 한 박물관측 거래 제안에 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젠틸은 사회로 보내기에 너무 위험하다는 이유로 보석이 거절돼 계속 로드아일랜드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렘브란트 작품 등 13점은 5억달러(약 5600억원)의 가치가 있으며, FBI가 선정한 세계 10대 도난 미술품 명단에 올라 있다.

워싱턴=박희준 특파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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