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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도 5년째 장애인 외면… "예산 부족"

입력 : 2012-11-19 10:45:22 수정 : 2012-11-19 10: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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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장애인 편의시설 부족 지적당한 461곳 다시 조사해보니…
경사로 없이 계단만 설치해… 101곳은 접근 자체 불가능
126곳은 전용화장실 없어… 예산확보 어려워 백년하청
서울 광진구에 사는 지체장애 3급 박모(38)씨는 어지간해서는 집 밖을 나서지 않는다.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그는 외출했다가 제때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해 힘들어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공공시설에서조차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자신의 처지를 더욱 비관하게 됐다. 어쩌다 장애인용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더라도 전동 휠체어가 들어가지 못하거나 청소도구가 놓여 있기 일쑤였다. 박씨는 “법에는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가 의무라는데, 실제 규정대로 되어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학교와 동사무소, 도서관, 영화관 등 공공시설 상당수가 정부의 지적에도 장애인 편의시설을 제대로 확충하지 않고 있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부 시설은 아예 사용이 불가능한 장애인용 시설을 설치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눈 가리고 아웅’식 행정의 전형이다.

18일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내놓은 ‘공공기관의 정당한 편의제공 이행을 위한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특수학교를 포함한 동사무소, 도서관, 영화관 등 전국 공공시설 461곳에 설치된 장애인 편의시설을 올해 상반기 조사한 결과, 상당수는 법령에 미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시설은 2008년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편의시설 전수 실태조사(공공시설 1만7892곳) 당시 ‘적정설치율’이 65∼70% 이하로 조사돼 장애인 배려가 특히 미흡하다고 지목됐던 곳이다. 적정설치율이란 실제로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게 시설물이 돼 있는지를 따지는 개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건물에 계단만 있고 경사로가 없어 지체장애인의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곳이 101곳(21.9%)에 달했고, 승강기는 102곳(22.1%)에만 설치돼 있었다. 그나마 특수학교의 승강기 설치율이 높았는데 이마저도 절반을 겨우 넘어선(55.5%) 수준이었다.

‘남녀 장애인용 화장실을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기준과 달리 126곳(27.3%)에는 장애인용 화장실이 없었고, 설치된 335곳 중에서도 성별 구분이 된 곳은 165곳(35.7%)에 불과했다. 일부 시설에서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손잡이가 거꾸로 설치돼 있었다.

공공시설 내에서는 보행로와 차도를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공염불’이었다. 조사 대상 동사무소 중 75%(129곳), 도서관의 75%(12곳), 학교의 61%(58곳)는 2008년 당시와 달라지지 않았다.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조차 보행로와 차도가 구분된 곳은 33%(3곳)에 불과했다.

정부의 계속된 지적에도 시설 개선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부족한 예산 때문이다. 승강기 1대를 설치하는 데만 최소 1억9574만원(3층 기준), 화장실 전면개보수에는 최소 4265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행로와 차도를 분리하기 위한 경계석도 395만원(30m 기준)에 이른다. 이는 2011년 전체 복지재정(86조3929억원) 가운데 1.5%에 불과한 장애인복지분야 예산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액수다.

김인순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실장은 “예산확보가 어렵다 보니 지적을 받아도 개선이 안 되고, 법령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에 잘못 설치된 곳도 많았다”면서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장단기 시설개선 방안을 수립해 꾸준히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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