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전국 작품인 일본헌법의 근간 조항은 제9조다. ‘전쟁 포기’ 내용을 담았다. 1항은 ‘국권 발동으로서의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영구히 포기한다’고 명시했다. 2항은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과 그 외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헌법이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이유다.
평화헌법은 개정된 적이 없다. 하지만 개헌 논의는 시행 직후부터 시작됐다. 6·25전쟁을 계기로 경찰예비대가 창설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경찰예비대는 곧바로 보안대로 개편되고 이를 토대로 자위대가 발족됐다. 자위대는 사실상 군대이지만 평화헌법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탈냉전으로 국제 안보환경이 변화하자 개헌 논의는 국제공헌론 등을 앞세우고 일본 사회 전반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아베 신조 정권의 개헌 작업이 구체화되고 있다. 7월 참의원 선거 승리 후 개헌 발의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헌법 96조부터 개정한다는 것이다. 이후 일왕을 국가원수로 명기하고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하는 9조 개정에 나선다고 한다. 헌법 개정을 통해 2차대전 전범국가 낙인을 완전히 지우겠다는 속셈이다. 평화헌법이 과거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베 총리의 행보는 이미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그는 최근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확실하지 않다”고 발언했다. 일본의 우경화를 우려하는 한국과 중국의 반응은 개헌 추진에 변수가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헌법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일본 국민에게 마지막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안경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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