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前 한미연합사령관 “한국에 핵무기 배치하면 北에 강력 억지신호 가능”
정부 “일정대로”… 여론 배치
전문가 “위기상황 인식못해… 한국이 먼저 강력 주장해야” 미국 외교안보 관련 인사들이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잇따라 한·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점과 전술핵 한국 배치 문제에 대해 전향적 언급을 내놓고 있다. 북한 핵보유가 기정사실화하는 가운데 대북 억지력 제고를 촉구하는 국내 여론이 고조되자 이를 계기로 전작권 등에 관한 미 정부 내 기류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버웰 벨 전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22일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의 고위 인사로서 사흘째 이어지는 현안 관련 언급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한국인에게) 심리적으로 안심을 주는 측면에서 남한 땅에 미군의 핵무기를 배치하면 강력한 대북 억지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미국에 핵무기 운반 시스템의 배치를 요청하면 미측은 매우 진지하고 사려 깊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여론은 북한 핵실험 이후 전술핵 재배치 쪽에 기울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이 북한 핵실험 직후인 13∼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7.0%가 지지한다고 답변했다.
벨 전 사령관은 또 “북한은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핵탄두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5∼7년이면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의 핵무기 작전배치에 대비해 한·미가 실행가능한 대규모 선제타격 방안을 논의하고 계획을 마련하는 데 실패한다면 직무유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실시한 2006년 9월에 한미연합사를 이끌었다.
앞서 성 김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20일 “만약 한국 측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전작권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그 전날 “박근혜 정부가 원한다면 한·미 양국 간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 문제가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두 공개석상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최근 미국 외교안보 라인의 인식 변화가 바닥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대통령직 인수위는 ‘전작권 전환 일정대로 추진’, ‘전술핵 재배치 불가’라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전작권을 전환해도 대북억제에 이상이 없다”고 장담하며 성 김 대사의 발언 내용을 일축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장이 초래할 안보 지형의 혁명적 변화를 감안, 기존의 한·미 동맹 현안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은 “전시작전권 전환은 안보상황에 문제가 없을 때만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는 것인데 현재는 그렇지 않다”며 “한반도 위기 상황인데 검증도 되지 않은 새로운 연합방위 체제를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잘 타던 말을 전쟁 중에 바꾸는 게 말이 되냐”며 “(전작권 전환 시점 재논의는) 미국이 들고 나올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정부가 먼저 강하게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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