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 |
또 주무 부서인 보건복지부도 불법 낙태를 줄이기 위해 ‘불법인공임신중절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 개입이 본격화되자 그간 낙태 시술 수입으로 병원을 지탱하던 산부인과가 몸을 낮추기 시작하며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의도성 여부를 떠나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 여성들의 경우, 산부인과를 찾아도 시술을 받을 길이 없어 검증되지 않은 약물을 복용하거나 턱없이 높은 비용을 요구하는 뒷골목의 무면허업자를 찾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몸을 맡긴다고 한다. 심지어 해외 원정 낙태에 나서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불법 낙태 논란의 가장 큰 원인은 현행법이 존재하지만 이미 사문화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이는 엄정한 법집행을 생명으로 하는 법원이 사실상 불법 낙태를 묵인한다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불법 낙태야말로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중대한 범죄임을 알면서도 양형은 대부분 가볍게 정하고 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년 동안 전국 법원에 불법 낙태로 기소된 사람은 21명에 불과하고, 그중 20명은 선고유예나 집행유예를 받았으며 단 1명만 벌금형을 선고했는데 그마저도 의사가 아닌 산모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출산율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데 비해 아기의 울음소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대로는 국가의 미래가 암담하다. 불법 낙태를 권하는 사회는 성장 동력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반면 불법 낙태를 법과 도덕의 문제로만 인식하면 해결책 또한 대증요법에 그칠 공산이 크다. 불법 낙태는 법과 도덕의 문제도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까지 감안해 사회 통합 차원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열악한 환경에서 이뤄지는 불법 낙태 시술의 상당수가 10대로 추정되고 있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여학생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10대 임신이 결코 바람직할 수 없다. 하지만 한때의 실수로 그들을 낙오자의 삶으로 떠밀어내 학생으로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는 일은 없으면 한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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