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초·중교 등교시각 연기 제때 통보 안돼
학교 비상연락체계·재난문자방송 등 ‘무용지물’
온 국민이 곤히 잠든 2일 새벽, 7호 태풍 ‘곤파스’가 예상을 깨고 빠르게 수도권에 들이닥치면서 서울 등 수도권 곳곳에서 큰 혼란이 빚어졌다. 태풍 상륙시각 예보가 정확하지 못한 탓도 있었으나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먹통’ 예보·경보시스템도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특히 당국은 이날 새벽 수도권 초·중교의 등교시각을 2시간 늦추기로 결정했으나 학부모와 학생에게 제대로 통보되지 않아 각 학교마다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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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이 서울과 경기, 충남지역에 내린 태풍주의보를 태풍경보로 바꾼 것은 강화도에 태풍이 상륙하기 30여분 전인 오전 6시였다. 정오쯤에야 비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알고 잠자리에 든 수도권 시민들은 이른 새벽부터 돌풍으로 인한 돌발 상황에 속수무책이었다.
또 교육과학기술부와 소방방재청은 이미 태풍이 상륙한 오전 7시쯤에야 서울과 경기, 인천지역 초·중교 등교시간을 오전 11시로 2시간 늦추기로 결정했다. 이마저도 텔레비전과 라디오 등을 통해 알려졌을 뿐 각 학교를 통한 비상연락체계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혼선을 빚었다.
강풍으로 케이블마저 끊어져 TV를 보지 못한 신모(41)씨는 라디오방송을 듣고 담임교사에게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으나 “(등교 조정) 통보를 못 받았다. 평소대로 등교하라”는 답을 들었다. 학교 측에서 교사들에게 제때 통보하지 않아 빚어진 일이었다. 교사는 10여분 뒤 신씨에게 전화를 걸어 “2시간 늦어진 게 맞다”며 번복했다.
서울 관악구의 조모(33·여)씨도 “방송을 듣고 학교에 계속 연락했으나 통화할 수 없었다”면서 “자녀들이 등교하려던 오전 8시40분쯤에야 학교에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A중학교에 다니는 박모(13)군은 “친구들에게 들어보니 어떤 반은 제 시간에 등교하라고 하고, 어떤 반은 늦게 나와도 된다고 했다고 한다”며 “아침에 일찍 나온 학생들끼리 PC방에 가서 빈 시간을 때웠다”고 전했다.
신씨는 “태풍이 무사히 지나갔기에 망정이지 위험한 상황에서 연락이 제때 안 되면 어떡하냐”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비상사태 시 연락하는 체계를 더욱 철저하게 갖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각 이동통신사에 긴급 재난문자방송을 송출해 해당 지역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재난문자방송 서비스 시스템(CBS·Cell Broadcasting Service)을 갖추고 있으나 결국 효과를 보지 못했다. 사용자가 크게 늘고 있는 스마트폰 등 최신 휴대전화에서는 이 서비스마저도 무용지물이다.
나기천·조현일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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