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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600만 달러 실체는…'베트남 발전사업' 수주 대가?

입력 : 2009-04-14 09:22:06 수정 : 2009-04-14 09: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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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태광실업 특혜의혹 수사력 집중

朴, 2007년6월 100만 달러 전달 뒤 盧 前 대통령도 지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2007년 6월과 이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 건넨 600만달러(약 60억원)의 실체가 차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노 전 대통령 퇴임 무렵 박씨는 사업영역을 신발제조에서 발전부문으로 확장하기 위해 사운을 걸고 동분서주했다. 600만달러도 이와 관련 있을 것이라는 정황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임기 만료를 앞두고 대통령 기념관 설립 등을 추진하며 자금난에 시달렸다. 박씨는 베트남 화력발전소 사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발전소 사업은 태광실업 내에서 ‘제2의 창업’으로 여겨질 만큼 중차대한 사업이었다.

13일 태광실업과 휴켐스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씨는 2007년 6월 무렵 베트남 정부가 국제입찰에 부친 화력발전소 사업에 말 그대로 ‘올인’한 상태였다. 약 20억달러를 투자해 발전소를 지은 뒤 수십년간 운영하는 프로젝트다. 박씨는 이 사업을 따내기 위해 수시로 베트남 현지를 방문하는 등 발로 뛰었다.

박씨 비서실장이자 정산개발 대표인 정승영씨는 그해 6월 정상문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노 전 대통령 측에 100만달러를 건넸다. 정씨는 그때부터 9월까지 청와대를 10여차례 드나들었다. 태광실업이 화력발전소 사업을 따내려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했다. 정씨가 태광실업과 청와대 사이에서 ‘돈 배달꾼’과 ‘연락책’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씨는 9월 휴켐스 임원 A씨와 함께 청와대 부근 유명 중국음식점에서 정부 부처 차관급 인사를 만나 베트남 사업을 협의하기도 했다. A씨는 베트남에서 15년 동안 신발만 만들어 온 태광실업이 화력발전부문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발전업계에서 꽤 유명한 인물로, 박씨가 공을 들여 영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씨는 발전 사업을 노 전 대통령 임기 안에 마무리짓기 위해 애썼다. 태광실업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이 당시 휴켐스보다 오히려 베트남 화력발전 사업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챙겼다”고 전했다. 정권이 바뀌면 발전부문 진출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노 전 대통령이 박씨 사업을 도와주기 위해 애쓴 흔적도 있다. 2007년 11월14일 방한 중이던 농득마인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노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양국 정?재계 인사들이 참석하는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은 박씨를 농득마인 서기장에게 “나의 친구”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박씨 뜻대로 태광실업과 휴켐스는 2007년 12월 베트남 정부로부터 사실상 사업권을 따냈다. 그리고 이듬해 2월 태광실업 홍콩 현지법인 APC 계좌에서 500만달러가 인출돼 노 전 대통령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건너갔다. 한 달 뒤 태광실업은 베트남 정부로부터 투자승인을 받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태광실업의 발전 사업 진출을 약속하거나 돕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씨를 베트남 최고위 인사에게 소개해 주는 등 행위는 대통령 직무와 연관성이 있다. 돈이 건네진 것도 마침 이 무렵이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네진 박씨 돈 600만달러를 ‘뇌물’로 의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참여정부 시절 태광실업이 정부에서 받은 특혜가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재영?김정필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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