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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잃은 문화재 복원]책 ‘주철장’ 범종기술 의문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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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4-27 09:39:20 수정 : 2011-04-27 09:3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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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속에서 거푸집 건조 가능한가
원광식씨 선림원종 복원과정 기록
일각 “종 옮기기도 쉽지않아” 지적
원씨 “인도·獨·日서도 사용” 반박
전통 범종 재현을 놓고 벌어진 특허 논쟁 과정에서 범종 제작부문 인간문화재인 원광식(69)씨가 재현한 방식대로라면 종을 만들 수 없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원씨의 전통 범종 재현 과정을 담은 책 ‘주철장’ 곳곳에서 허점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25일 ‘주철장’ 책자에 따르면 범종 제작은 종의 크기보다 더 넓고 깊게 판 사각형 구덩이 안에서 이뤄진다. 따로 만든 종의 내·외형 거푸집을 합치는 공간이기도 하다. ‘주철장’은 원씨가 6·25 전쟁 중 소실된 선림원종을 2005년 5월 복원하면서 그 과정을 기록으로 담은 책이다.

원씨가 사용한 방식에서는 거푸집을 내형과 외형으로 따로 만들어 조립한다. 조각용 문양을 만들 때에는 밀랍에 쇠기름을 8대 2로 혼합해 쓰는데, 최근에는 밀랍과 송진을 5대 5 비율로 섞어 사용한다.

‘주철장’에는 또 문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천연암석인 이암에 음각부조로 문양을 새겨 넣은 뒤 그 틀에 쇠기름과 혼합한 밀랍을 붓는다고 돼 있다. 외형 거푸집 제작에 쓰는 주물사는 이암가루와 고운 모래, 진흙을 33%씩 섞어 쓴다고 ‘주철장’은 기록하고 있다. 경기무형문화재 제47호(주성장)인 이완규(56)씨와 일부 범종 전문가는 원씨 방식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구덩이 속에서 종을 만들면 거푸집을 건조하기가 어렵고 기중기가 없던 옛날에 무거운 거푸집을 옮길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 등을 들어서다. 내형과 외형 거푸집을 조립해서 쇳물을 부을 공간이 일정하게끔 정확하게 조립하는 것도 힘들며 종을 완성한 뒤 구덩이에서 꺼내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밀랍에 쇠기름을 섞으면 젤 상태가 돼 버려 조각 자체가 불가능하고 이암에 조각을 하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수정할 수도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원씨가 이암가루와 모래, 진흙을 섞어 만들었다는 주물사는 물기가 마르면 다시 가루상태가 돼 버리는 탓에 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원씨는 “거푸집을 구덩이에 안치해야 쇳물 주입 시 발생하는 엄청난 주조압력을 견뎌 틀이 터지지 않는다”며 “인도와 독일, 일본에서도 이 방식으로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종을 지상으로 어떻게 들어올렸는지 기록이 없지만 고대 이집트인이 피라미드 돌을 운반하는 방식과 같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씨는 또 “밀랍에 쇠기름을 넣지 않으면 쉽게 굳어 사용할 수 없고 중국의 ‘천공개물’에도 소개돼 있다”며 “이암 등 3가지 재료로 주물사를 만들 때 다른 섬유질도 넣는데 비법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암에 조각하기 전에 물을 살짝 묻히면 쉽게 조각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해 문양판을 만드는 데에도 문제가 없다고 원씨는 강조했다.

특별기획취재팀=박희준·신진호·조현일·김채연 기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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