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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청심청담] 남북한의 음양통일론(陰陽統一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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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1-06 21:07:36 수정 : 2014-01-06 21: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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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열 떠나 상호보완 입장서 접근
화해와 융합 통일 원리 확대해야
갑오년 들어 부쩍 남북통일론과 함께 한국의 미래 청사진이 신문·방송 등 각급 언론들에 의해 각양각색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만큼 한국인이 지금 통일에 대한 열망과 꿈에 부풀어 있다는 증거이다. 통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적 소명의식과 민족의 생존과 번영이 여기에 걸려 있다는 점을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통일론의 주관심사는 주로 경제적 수치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다. 각 언론은 통일에 대한 예언적 전망과 함께, 2020년 혹은 2030년까지 장기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통일한국이 세계 5위권 내로 진입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내놓기도 하고 있다.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통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함께 희망찬 출발은 새해 벽두에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통일론의 대부분이 통일을 기정사실화해 놓고 보랏빛 채색을 하는 데 여념이 없다면 너무 안이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박정진 객원논설위원·문화평론가
예컨대 통일을 어떻게 평화적으로 달성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 평화통일론은 비용을 덜 들이고 통일을 달성하는 데도 중요하지만 통일 이후 남북한의 통치와 순리적인 발전, 그리고 한국문화의 확대재생산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동안 ‘잘사는 남한’은 ‘못사는 북한’에 여러모로 경제적 도움을 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도움을 주는 방식이 현명하지 못해 북한의 핵보유를 막지 못했고, 기껏 경제적으로 도와주고는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림으로써 남북 신뢰를 증진하는 데 효과적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통일의 당위론과 전략론으로 통일한국을 만들어갈 수는 없다. 무엇보다 통일철학이 급선무이다. 통일철학으로서 가장 급한 것은 남북체제의 화해와 융합을 위한 공동숭배(共同崇拜)의 인물과 공동선(共同善)의 목표가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예컨대 단군사상이라도 그 역할을 해주면 좋겠지만 지금 그렇지도 못하다. 더욱이 좌·우를 극복할 제3의 창의적인 이데올로기적 대안도 없다. 따라서 통일신라의 원효(元曉)와 같은 철학자의 탄생을 기다리게 된다.

통일철학이 마련되기 전이라도 우선 남북한을 음양사상의 입장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름하여 음양통일론이다. 음양사상은 남북한을 우열의 관계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상호보완의 입장에 있게 함으로써 통일을 바람직한 것으로 부각시킬 것이 기대된다. 남북한을 하나의 이혼가족으로 보고, 재결합해야 할 부부로 보는 시각도 필요한 것 같다.

현재 한국의 국가경쟁력 혹은 국가생산력은 북한에 비해 20∼30배, 심지어 그보다 높게 바라보는 학자도 있다. 통일론이야 어떻든 결국 어느 쪽을 중심으로 통일과 국가운영이 이루어져야 할지는 명백하다.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남한은 가진 자의 입장에서 북한을 포용하는 자세가 요청된다.

음양통일론은 민족 내부적으로, 혹은 한 가족의 입장에서 접근하는 ‘내재적 접근법’의 한 예가 될 것이다. 또한 종래의 체제경쟁·권력경쟁의 방식과는 다른, 평화와 평등을 실현하는 접근방식으로 오늘의 화쟁론(和諍論)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문화는 전반적으로 여성적 특성을 보이지만 그래도 남북한을 비교하면 북한은 남한에 비해 훨씬 남성적이고 자주적이다. 이는 북방-고구려의 기마민족 전통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북 관계를 보면 흡사 북한은 ‘남자=남편’, 남한은 ‘여자=아내’와 같은 입장을 보인다.

남한의 형편은 잘사는 여자가장과 같고 북한은 못사는 남자가장과 같은 형국이다. 더 정확하게는 이혼한 뒤 잘사는 부인과 못사는 남편의 재결합과 같다. 굶주린 북한에 남한이 단지 속알갱이도 없는 ‘사치스러운 여성’으로 비쳐서 북한으로 하여금 약탈(적화)하고 싶은 마음만 일으키게 해서는 곤란하다. 그보다는 ‘현모양처’의 모습으로 어려움을 잘 극복하는 ‘지혜의 여성’으로 비쳐서 그들로 하여금 따르고 싶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비스러운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머니란 끝없는 사랑으로 자신을 희생하면서 자식을 키워가는 전형이다. 북한이 어떤 탕아 짓을 하더라도 끝까지 포용하면서 북한으로 하여금 참회할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최후의 승자가 되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음양통일론은 물론 그동안 남북한 쌍방이 자신이 처한 입장에서 최선을 다 해서 민족과 통일을 위해 노력했다는 양시론(兩是論)에서 출발해야 한다. 또 시비론(是非論)에 빠져서도 안 되고, 특히 양비론(兩非論)에 빠져서는 안 된다.

한반도의 통일이 남한주도에 의해서 이루어지더라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북한은 주체성을, 남한은 경제적 용적을 우리 민족에게 제공할 것이라는 점이다. 평화통일과 남북공동번영으로 공동목표를 설정한 마당에서 우리는 더 이상 주저할 것이 없다.

남북한은 음양통일론을 통해 통일 원리를 확대재생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앞으로 남북문제와 남북의 통일문제를 처리하는 데도 음양의 상호보완 원칙에 따라 접근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남북한이 신뢰를 더 쌓아가야 한다. 서로에 대한 불신을 줄이지 못하거나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 실패하면 최악의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 남북 양쪽의 문화능력의 향상은 바로 통일을 연착륙시키는 길이다.

박정진 객원논설위원·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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