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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검정 논란 이어 외압조사 ‘빈 손’… 혼란 키운 교육부

입력 : 2014-01-08 19:47:58 수정 : 2014-01-09 13:4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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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조사 호들갑… 알맹이는 없어, 선정 관련 제도 개선안 제시 못해
청송여고도 학운위 열어 재논의, 2015년 미룬 700여개校 홍역 예고
“교육부가 교육현장 혼란의 불씨를 끄기는커녕 키우고 있다.”

일선 고교에서 벌어진 교학사의 한국 사교과서 채택 철회와 관련해 교육부가 8일 발표한 ‘한국사 교과서 선정 변경 관련 특별조사 결과’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다.

교내외 반발에 부딪혀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한 고등학교가 잇따른 상황에서 철회 배경을 특별조사한 결과라 비상한 관심이 쏠렸으나 알맹이는 없었다. “조사 대상 20개교 중 ‘일부’에서 외압으로 교과서 선정을 번복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유감 표명과 함께 재발 방지책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선에서 그쳤다. 정치권과 교육계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섣불리 특별조사에 나섰다 결국 ‘빈손’으로 교육행정의 신뢰만 떨어뜨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는 교내 학생과 학부모 반발에 따른 경우 외에 ‘외압’에 못 이겨 교과서를 변경한 학교가 몇 곳인지, 외압 당사자나 해당 학교에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외압 증거로 든 사례 역시 그동안의 언론보도 수준을 넘지 못했다. 특히 일부 학교에서 제기된 교학사 교과서의 채택과정 논란은 무시하거나 교과서 선정 관련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브리핑을 한 나승일 차관은 “(이번 특별조사는) 교학사 구하기가 아니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학교의 자율성 훼손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교육현장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당장 경북 청송여고가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면서 법적 절차인 학교운영위원회 자문을 받지 않아 시끄러운 상태다. 강종창(48·회사원) 청송여고 학교운영위원장은 이날 교장실을 찾아 “교과서 선정 문제는 반드시 학운위를 거치도록 되어 있는데도 운영위원장인 나조차도 모르는 사이에 선정했다”고 반발했다. 지역 내 일부 농민·사회단체도 청송여고 항의 방문에 나설 조짐이다. 청송여고는 결국 조만간 학운위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이 학교 박지학 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사상적으로 편향된 사람들의 압력에 따른 철회는 없다”면서도 “다만 학부모와 학생 등 학교 구성원들이 의견을 내면 절차를 걸쳐 재심의하겠다”고 말해 철회 가능성을 남겼다.

교육부의 특별조사 결과나 사후 대응 방안이 촘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후유증이 적잖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뜩이나 교과서 선정·주문 완료일(지난해 10월11일)이 석 달가량 늦어져 고교별로 8종의 한국사 교과서를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던 데다 향후 같은 사태가 재연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교과서 선정을 내년으로 미룬 학교들 역시 홍역을 치를 수 있다는 얘기다. 전국 2300여 고교 중 한국사 교육을 2학년 이후로 미뤄 이번에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은 학교는 7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는 사전 교육과정 일정에 따라 선택을 미룬 곳도 있지만 특정 교과서 채택 논란을 피해 유보한 곳이 적잖다.

진보 성향의 경기도교육청과 시민·교육단체들이 ‘교육부 외압 논란’을 제기하고, 정치권이 국정교과서 전환 문제로 맞붙은 것도 인화성이 높다. 교육당국이 어떤 해법을 내놓느냐에 따라 교과서 파동이 재연될 소지가 큰 셈이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결국 부실한 교과서가 만들어지고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검정체제가 사태를 이 지경까지 만들었다”며 “교과서 제작·검정 시스템을 혁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강은·윤지로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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