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우호적이지 않은 이웃나라들로 둘러싸인 환경 속에서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 국민들이 시오니즘과 같은 선민사상으로 무장돼 있기 때문이라고 얘기들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경우에는 눈에 띄는 강대국이 주위에 없지 않은가.
나는 중국에 출장을 갔다가 중국 지도를 보고 옆구리에 붙어 있는 한반도가 정말 작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조그만 한반도, 그나마 둘로 갈라져 남단만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었다. 어지간한 중국의 성 하나보다 작은 우리나라가 여러 분야에서 중국과 당당하게 겨루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게만 느껴졌다.
우리는 어떻게 중국, 일본, 러시아 같은 강대국들 틈바구니 속에서 반만 년 나라를 지켜왔을까? 이스라엘의 선민사상에 해당되는 우리 국혼은 무엇일까? 종교로, 이념으로, 빈부로, 세대차이로 사분오열된 이 나라를 다시 뭉치게 만들어 줄 국혼은 천손사상, 즉 하늘의 자손 사상뿐이라고 2013년 12월 3일자 칼럼에서 이미 설명한 바 있다.
천손사상은 우리의 선민사상이기도 하다. 환웅과 함께 내려온 천손의 무리는 호랑이 부족이나 곰 부족 같은 지손을 만나 천손으로 교화했다. 이처럼 우리가 중심이 돼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정신이 ‘개천’, 우리나라의 건국이념이다. 이 성스럽고 경건한 역사가 식민사학에 의해 단군신화로 둔갑했고, 그 결과 하늘의 자손은 곰의 자손이 돼버렸다.
천손사상으로 무장한 우리 조상들은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을 지배했다. 먼 옛날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해가 뜨는 광명의 땅에는 자랑스러운 동이의 나라가 있었다. 특히 태호복희는 태극기를 만들고 환역을 창시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5500년이나 된 태극기를 갖게 된 것이다. 태호복희는 서토로 건너가 중국문화의 시원을 일궜다. 중국 입장에서 볼 때 그는 동쪽에서 온 신과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우리가 오늘날 동해라는 이름을 양보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가. 동해가 한반도의 동쪽에 있어서가 아니라 단어 자체가 우리 정체성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동해란 ‘한국해’란 뜻이다. 애국가도 동해로 시작하지 않는가.
위대한 동이의 역사가 고구려 이후 쇠망의 길을 걷게 됐다. 동이의 유민들은 뿔뿔이 흩어져 다른 나라 사람들이 됐고 일부는 한반도로 내몰려 갇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유라시아 대륙 동부에 넓은 ‘천손문화권’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천손문화권의 종주국 자리만 잃지 않으면 된다. 그 결과는 50년, 100년 후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한심한 동이의 후손들은 장엄한 역사를 까맣게 잊은 채 아직도 단군신화를 얘기하며 비굴하게 살아가고 있다. 35년간 식민통치를 받은 후 7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이 피로 지킨 고구려의 성들이 만리장성으로 편입되고 있어도 구경만 하고 있다. 개천절 공식행사에 20년이 넘도록 어느 대통령도 참석하지 않아 건국이념이 흔들리고 있다…….
나는 대한민국이 컴퓨터라면 다시 포맷하고 싶다. 대한민국은 천손사상을 바탕으로 다시 태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이 세계화 시대에 오히려 정체성을 더욱 분명히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외국교포처럼 언행을 해야 대접을 받는 희한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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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
나는 작년 9월 미국 LA 교포들을 상대로 천손사상에 대해 강의했다. 정작 성공한 교포들이 천손사상에 대해 무척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적지 않게 놀랐다. 그들은 ‘Korean American’으로서 미국사회에서 받고 있는 대접과 정체성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었다.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국혼을 바로 세워야 한다. 개천절을 계속 양력 10월 3일로 기념할 방침이라면 10월 1일 국군의 날부터 10월 9일 한글날까지 9일을 ‘개천축제’ 기간으로 정해 거국적 행사를 열자고 제안한다. 어차피 연중 가장 날씨가 좋은 이때 전국의 크고 작은 축제가 모두 몰려 있지 않은가. 우리 것을 분명히 할수록 창조적 문화상품들이 쏟아질 것이다. 호국의 간성인 국군과 우리 문화의 자랑인 한글을 기리는 날이 각각 10월 1일과 10월 9일이고 그 간격이 9일인 것은 하늘의 뜻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부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21세기는 지식기반경제로 노동이나 자본 같은 생산적 요소보다 지식이나 정보 같은 무형자산이 더욱 중요한 시대다. 훌륭한 평생교육으로 국민들의 수준을 높이고 모방에서 창조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소중한 우리말과 우리글을 지키고 우주시대에 어울리는 문화를 육성하며 홍익사상을 바탕으로 세계화를 주도해야 한다.
하늘은 우리를 도울 것이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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